
개봉: 2025
감독: 변성현
장르: 코미디
출연: 설경구, 류승범, 홍경
평점: 메타크리틱 78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91%
《굿뉴스》는 1970년 일본항공 351편 납치사건, 일명 ‘요도호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한편으로는 거짓된 뉴스와 권력의 연출된 진실을 풍자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일본 적군파 요원들이 여객기를 납치하고 ‘북한행’으로 몰고 가려 할 때, 대한민국 정부와 정보 기관이 벌인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 그 가운데 뒤틀린 욕망과 결핍이 교차한다. 설경구는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은 해결사 ‘아무개’로서 사건의 중심에 서고, 상황은 블랙코미디적 리듬 위에서 급격히 팽창한다. 이 영화는 ‘좋은 뉴스’라는 제목이 주는 아이러니를 통해, 진실이 조작될 수 있다는 시대적 질문을 던진다.
여객기 납치사건, 납치범을 속여야 한다
1970년 3월 31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출발해 후쿠오카로 향하던 일본항공 351편 여객기(승객 129명, 승무원 7명)가 일본 신좌파 조직에 의해 납치된다. 납치범들은 기장을 협박하여 북한 평양으로 향하라고 명령하지만 연료 부족과 기장의 꾀로 한차례 일본 내 긴급 착륙을 거치고, 다시 이륙하여 한국 영공 쪽으로 진입한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은 이 기체를 평양으로 유도하는 대신, ‘김포공항을 평양 순안공항으로 위장하자’는 기묘한 작전을 제안한다. 청와대·정보부·공군이 협조해 활주로 주변을 북한 군복 장병으로 채우고 ‘평양 도착 환영’ 현수막을 내거는 등 거대한 속임수가 실행된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는 작전 지휘부로 소환되어 세부 계획을 조율하고,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 등이 실제 관제사 역할을 맡아 무전 교신을 통해 납치범들을 유도한다.

하지만 납치범들은 착륙 직전 활주로 옆 미군 항공기를 보며 이상을 느끼고 의심을 품는다. 위장의 그늘이 드러나며 사태는 일촉즉발로 전환된다. 대치 시간이 길어지고, 일본·한국 양국 정부는 협상 테이블로 나서며 승객들의 인질 상태가 이어진다.
결국, 이 기막힌 작전은 사실상 실패하고 납치범들은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여 일부 인질과 교환된 일본 운수성 차관을 인질로 들고 비행기를 김포에서 이륙해 평양 미림비행장에 착륙한다. 영화 속에서는 이 결말이 조금 달라지는데, 아무개가 작전 이후 권력 내부에서 책임을 떠안게 되며, 작전의 실체가 언론을 통해 폭로되고 정보기관은 책임 회피에 나선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무개’는 화려했던 위장의 장막이 걷힌 후 출국자와 파견원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조용히 홀로 남는다. 작전은 성공으로 발표되었지만, 그는 자신이 속인 사람들 그리고 숨겨졌던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진실이라고 믿던 것과, 진실이었던 것 사이의 간극이 그를 괴롭힌다.
굿 뉴스 뒤에 숨겨진 진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코드는 ‘아이러니’다. 작전은 집단적 위장으로 시작해서 무대화되었고, 스포트라이트 속 인물들은 연극처럼 역할을 연기했다. 웃음이 터지지만, 그 웃음 뒤엔 냉담한 현실이 숨어 있다. 권력과 언론, 대중이 함께 만든 ‘좋은 뉴스’는 실제로는 누군가의 무거운 침묵 위에 놓여 있었다.
설경구가 맡은 ‘아무개’는 이름이 없을 만큼 익명적이다. 이 선택은 그가 개인이 아닌 권력의 도구임을 암시한다. 그는 결말에서 ‘내가 이겼다’는 표정 대신 ‘무엇을 잃었나’에 머물러 있다. 류승범이 연기한 정보부장 박상현은 처음엔 목적이 선명해 보이지만, 점차 통제 불가능한 국면에 휘말리며 권력의 허망함을 드러낸다. 홍경의 서고명 중위 역시 뛰어나지만 그의 선택이 개인의 영광이 아닌 국가의 쇼이자 거짓극이었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영화는 블랙코미디 장치를 아낌없이 사용한다. 공항 활주로에서 벌어지는 군복 갈아입기, 안내방송을 북한식 억양으로 바꾸기, 납치범에게 “여기는 평양입니다”라고 무전하는 관제사 장면들. 현실에선 믿기 어려운 광경이지만, 연출로서는 오히려 더 날카롭게 보인다. 이는 웃음을 유도하면서도 “진실이 조작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는다.
결말부에서 작전이 공식적으로 ‘성공’으로 발표된 뒤에도 관제창 너머 승객들의 눈빛과 인질들이 풀려나는 뒤편의 침묵이 장면으로 제시된다. 이 침묵은 관객이 받아야 할 여백이며, 단순한 해피엔딩이라는 착각을 깨뜨린다. 진실은 발표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속았고, 누군가는 속였으며 마침내 모두가 속았다.
이 작품이 내게 남긴 질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뉴스’라는 것이 과연 우리가 믿어야 할 정보인가, 아니면 포장된 이야기인가. 다른 하나는 ‘좋은 뉴스’가 진짜로 좋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그저 역할을 연기했지만, 관객인 우리는 그 연극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리고 불편하게도 이 연극은 지금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