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016
감독: 티아 샤록
장르: 로맨스, 드라마
출연: 에밀리아 클라크, 샘 클라플린, 자넷 맥티어, 찰스 댄스
평점: 메타크리틱 51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54%
《미 비포 유》는 한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 남자와,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여자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사랑이 만능이라는 낭만을 섣불리 내세우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를 담담하게 바라본다. 절망 속에서 굳게 닫힌 마음이 누군가의 웃음과 따뜻함에 조금씩 흔들리는 과정은 섬세하고 따스하다. 그러나 영화는 결국 현실을 피하지 않으며, 선택과 존엄, 그리고 사랑이 주는 힘을 조용히 되새기게 한다.
이 마음이 닿기 전에
윌 트레이너는 한때 누구보다 활기차고 자신의 능력을 사랑했던 남자였다. 자유로운 여행, 도전, 성공, 그리고 온몸으로 느끼던 바람과 속도. 그 모든 것을 품고 살아가던 그는 사고 이후 전혀 다른 세계로 떨어진다. 갑작스러운 장애는 그의 몸뿐 아니라 삶 자체를 묶어버렸다. 세상은 더 이상 그가 사랑하고 즐기던 곳이 아니었고, 그는 점점 자신이라는 존재까지 잃어간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견고하게 쌓였고, 스스로 내린 결심은 삶의 끝이었다.
루이자는 그렇지 않았다. 작고 평범한 동네에서 소박한 기쁨을 만들어가며, 타인의 감정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 단순한 낙천주의가 아니라, 매일의 순간에서 빛나는 조각을 발견할 줄 아는 시선이 그녀의 힘이었다. 그녀는 윌의 곁에서 웃음과 장난으로 빈틈을 만들고,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그의 어둠 속 깊은 곳에 손을 내민다. 처음엔 차갑고 냉소적이었던 윌은 루이자의 진심이 쌓여가는 동안 조금씩 마음을 연다. 눈빛은 부드러워지고, 목소리는 더 따뜻해지며, 삶에 대한 미세한 떨림이 다시 움튼다.

함께 보내는 시간은 두 사람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루이자는 윌이 잃어버린 생의 감각을 되찾도록 돕고, 윌은 루이자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며 그녀 안의 가능성을 깨운다. 그러나 바람이 불고 햇살이 따스해지는 순간에도, 윌이 오래 쌓아온 결심은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사랑이 시작되는 마음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해갈수록, 이 결말이 더욱 잔인하게 다가온다.
결국 루이자는 윌이 품은 선택 앞에 무너지고 눈물 속에서 애원하지만, 윌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를 굳게 지킨다. 루이자가 흘린 눈물은 단순한 상실의 감정이 아니라, 사랑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삶의 벽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의 깊은 절망이었다. 사랑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지만, 선택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받아들이는 루이자의 모습은 한층 성숙해진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온 마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당신이 남기고 간 자리에서 다시 걷다
윌의 마지막 편지는 절망 속에서 시작된 사랑이 서로의 삶을 바꾸어 놓았음을 보여준다. 그는 루이자가 가진 빛을 믿었고, 그 빛이 더 넓은 곳에서 펼쳐지기를 바랐다. 루이자는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윌이 남긴 흔적 위에서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파리의 카페에 앉아 창가 너머로 스치는 사람들, 잔잔히 흔들리는 바람, 따뜻하게 감도는 햇빛. 그 모든 것이 윌이 그녀에게 건넨 마지막 선물이었다. “살아보라”는 말 대신, “네가 사랑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였다.
이 결말은 잔혹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랑을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누군가의 삶을 강제로 붙잡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과 존엄을 인정해주는 것. 루이자는 눈물 속에서도 그 의미를 이해한다. 그녀가 파리에서 미소를 머금고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삶이 이어지고, 다시 마음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운명이란 정해진 길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의 문제라고 속삭인다.
사라진 사람을 품고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미 비포 유》는 슬픔 속에서도 남겨진 이들이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를 조용히 말한다. 그렇게 루이자는 눈물 한 가득 품은 채, 그러나 조금은 더 단단한 어른이 되어 새로운 길을 걷는다. 이 영화는 “사랑이 삶을 바꾼다”는 문장을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사랑은 생을 붙잡기도 하지만, 때론 떠나는 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보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미 비포 유》는 로맨스라는 외피 속에 가볍지 않은 질문을 품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스스로를 지키려는 선택, 그리고 남겨진 마음이 다시 빛을 찾는 과정.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한 장면 한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삶을 무조건 찬양하지도, 절망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단지 인간의 마음이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이 끝나더라도, 그 마음이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 루이자가 파리의 바람 속에서 조용히 웃는 마지막 장면처럼, 때로는 아픈 이별이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연다. 지금 당신이 어디에 서 있든, 이 영화는 말해준다.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당신은 다시 웃을 수 있다고. 조용히 마음을 흔드는 영화 한 편이 필요하다면, 《미 비포 유》를 추천한다. 사랑과 상실,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힘을 담고 있는 영화다. 아프지만 따뜻하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여정이 당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