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봉연도: 2019
- 감독: 가이 리치
- 장르: 모험, 가족, 판타지, 뮤지컬, 멜로/로맨스
- 출연: 메나 마수드, 나오미 스콧, 윌 스미스, 마르완 켄자리
- 평점: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53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57%
빈민가 소매치기 소년 알라딘은 우연히 요술램프를 손에 넣고, 요정 지니의 힘을 빌려 자신과 왕국의 운명을 뒤바꿀 모험에 뛰어든다. 한편, 궁궐 속에 갇힌 듯한 공주 자스민은 단지 명목상의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개척하려는 꿈을 품는다. 《알라딘》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모험, 자유와 정체성의 갈등, 사랑과 책임의 무게를 노래하며, 무엇보다도 ‘더 넓은 세계’를 향한 갈망을 노래하는 뮤지컬 영화다.
가진게 없을 때 오히려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해야 해
아그라바 왕국의 거리 빈민가, 알라딘(메나 마수드)은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가는 소매치기다. 그는 자신의 처지와는 동떨어진 궁정 생활을 동경하며, 언젠가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러던 어느 날, 왕궁의 정체불명의 사절단이 시내에 내려오고, 그들을 뒤쫓던 알라딘은 공주 자스민(나오미 스콧)의 일행을 목격한다. 자스민은 왕녀의 신분으로 제한된 삶 속에 질식해 있었고, 왕국 밖으로 나가 직접 백성의 삶을 보고 싶어했다. 이렇게 두 사람 사이에 첫 교차점이 생긴다.
한편 왕국에서는 술탄(왕)이 병약해지고, 대신 자파르(마르완 켄자리)가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자 한다. 그는 ‘기적의 동굴’에 숨겨진 요술램프를 손에 넣고, 램프의 주인만이 진입할 수 있다는 전설을 이용해 알라딘을 이용하려 든다. 자파르는 알라딘을 “순수한 마음의 다이아몬드”로 착각하게 설득하여 동굴에 들어가게 한다. 알라딘은 동굴 안에서 램프와 매혹적인 비밀들을 마주하지만, 결국 배신당해 갇히고 만다. 다행히 그의 반려 원숭이 아부가 램프를 훔치고, 알라딘은 램프를 문지르며 지니(윌 스미스)를 소환하게 된다.

지니는 알라딘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능력을 주지만, 그에게도 자유의 갈망이 있다. 알라딘은 첫 번째 소원으로 자신을 ‘아랍의 왕자’로 변신시켜 자스민의 관심을 끌기로 한다. 그는 화려한 행렬과 연회로 가득한 ‘Prince Ali’의 위장을 통해 자스민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자스민은 진정한 정체성보다는 외적인 과장된 모습에 의문을 느낀다. 그러던 중 진짜 자파르의 계략이 드러나고, 그는 램프를 빼앗아 스스로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 자파르는 첫 번째 소원으로 술탄이 되고, 두 번째 소원으로 마법 능력을 얻는다.
그렇게 세 번째 소원까지 거의 다 쓰려는 순간, 자파르는 자신이 램프의 주인이 되며 지니를 노예처럼 다루려 한다. 알라딘은 위기에 처하고, 자파르는 자스민을 위협하면서 알라딘의 목숨과 술탄의 지위를 담보로 결혼을 강요한다. 그러나 알라딘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지혜를 발휘하고, 자파르를 교묘히 속여 그가 스스로 램프에 갇히게 만든다. 자스민은 자스민대로 램프를 빼앗아 자파르를 제압하고, 알라딘과 지니를 구한다. 마지막 순간, 알라딘은 약속을 지켜 지니를 자유롭게 해주고, 지니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왕국은 평화를 되찾고, 자스민은 법을 바꿔 스스로 통치자로 나서며 알라딘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진흙 속의 보석
뮤지컬 영화로서 가장 큰 자산은 ‘소리와 영상의 조화’다. 《알라딘》은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사랑받았던 넘버들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재해석하고, 영상미와 연출을 통해 낯선 감동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히 눈과 귀만 즐거워하는 영화가 아니라, 인물들이 처한 갈등과 성장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특히 영상미와 인물 간 갈등, 그리고 주인공의 내면 여정을 중심으로 보면 《알라딘》이 가진 매력이 더욱 선명해진다.
이 영화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즐거움 자체로 강하다. 사막의 거친 바람, 궁궐의 화려한 장식, 동굴 속 보석의 반짝임, 카펫 비행의 스릴 — 이 모든 요소가 CG와 실사 연출이 적절히 어우러져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동굴 내부와 램프 주변의 빛과 어둠 대조, 보석의 반사광 같은 디테일은 화면을 단순히 배경이 아닌 감정의 공간으로 만든다. 카펫을 타고 떠나는 장면에서는 시야가 바뀔 때마다 공간의 깊이감과 비행감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화면 전환 속도와 음악이 긴밀히 맞물리며 ‘날아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외적 대립뿐 아니라 내면적 갈등이 놓여 있다. 알라딘은 처음엔 가난한 거리의 소매치기로,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여기고 사회적 지위를 동경하지만, 램프의 힘을 얻은 뒤엔 자신이 만든 허상을 유지하는 쪽으로 흔들린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답지 않은 모습”으로 관계를 얻는 것이 허무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자기를 위장한 왕자 역할을 포기할 용기를 낸다. 이 과정은 표면적 영웅 신화가 아니라 인간적 성장 이야기다.
자스민의 갈등도 인상적이다. 그녀는 공주라는 지위가 주는 특권 뒤에 감금된 자유를 느낀다. 왕실 규범, 남성 중심 권력 구조, 결혼 압박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려 한다. 단순히 반항하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목소리로 왕국을 바꿀 수 있는 리더가 되려는 인물로 거듭난다. 특히 영화에서는 자스민이 적극적으로 법 개정을 주장하고, 목소리를 내며 자신감을 갖는 과정이 강조된다.
지니의 갈등 또한 이야기의 감정 축을 더한다. 그는 단지 희롱·재치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 영혼이 갇힌 노예이자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다. 지니는 알라딘에게 소원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알라딘이 마지막에 지니를 자유롭게 해주는 선택은, 단순한 감동 포인트를 넘어 주인공의 인격적 완성처럼 느껴진다.
뮤지컬 영화로서 《알라딘》의 가장 큰 강점은 익히 알려진 명곡들을 재현하고 확장한 사운드트랙이다. “A Whole New World”는 원곡의 로맨틱함을 계승하면서, 실사 무대에 맞춘 영상과 성우의 감정선을 통해 다시금 감동을 준다. 카펫 위를 나는 순간의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질 때, 우리는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풍경을 함께 느끼게 된다. 그 외 “Prince Ali”, “Friend Like Me” 등 과감한 편곡과 무대 연출이 돋보이는 곡들도 있다. 특히 지니가 무대 중앙에 설 때의 군무와 색감 변화는 시청각적 클라이맥스를 형성한다.

《알라딘》은 동화적 판타지를 현실의 감정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단순한 화려함에 머무르지 않고, 인물들의 내면 변화와 선택을 섬세하게 그려낸 덕분에 몰입이 쉬웠다. 무엇보다 영상미와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감각을 일깨우고, 주인공들이 겪는 갈등과 성장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