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가 연출한 영화 〈대부〉는 1973년에 개봉해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자리 잡았다. 마리오 푸조(Mario Puzo)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마론 브란도(Marlon Brando), 알 파치노(Al Pacino), 제임스 칸(James Caan), 로버트 듀발(Robert Duvall) 등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들이 출연했다. 영화는 단순히 마피아 가문의 이야기를 넘어 권력, 가족, 배신, 도덕과 범죄가 얽히는 인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대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마론 브란도), 각색상을 수상했고, 이후 영화사에 마피아 장르의 새로운 규범을 세웠다. 범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중심에 가족애와 가치관의 갈등을 놓으며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거머쥔 작품이다.
순수한 아들에서 냉혹한 대부로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뉴욕을 지배하는 코를레오네 가문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비토 코를레오네(마론 브란도)는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 '대부(The Godfather)'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딸 코니의 결혼식으로, 이 장면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마피아 세계의 권력 구조와 의례를 드러낸다. 손님들은 대부에게 찾아와 개인적인 부탁을 하고, 비토는 은혜와 빚을 거래하며 '권력은 선물처럼 주어지고 되돌려져야 한다'는 룰을 확립한다.
비토에게는 세 아들이 있다. 충성스럽지만 충동적인 장남 소니(제임스 칸), 현실적이고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양아들 톰 헤이건(로버트 듀발),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전쟁 영웅으로서 가문과 거리를 두려는 막내 마이클(알 파치노). 마이클은 처음엔 가문의 범죄 세계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사건의 전개는 그를 점점 아버지의 뒤를 잇는 길로 끌어들인다.
사건의 분수령은 마약 거래 제안에서 비롯된다. 경쟁 세력인 솔로조가 코를레오네 가문에 손을 내밀지만, 비토는 마약 사업의 위험성을 이유로 거절한다. 그러나 이는 곧 전쟁을 불러온다. 비토가 암살 시도로 중상을 입으면서 가문은 위기에 빠지고, 소니가 앞장서서 반격을 지휘한다. 하지만 그의 충동적인 성격은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이 와중에 마이클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직접 전면에 나선다. 그는 경찰청장과 솔로조를 살해하며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한다. 이후 시칠리아로 도피해 잠시 평화를 찾지만, 사랑하는 아내 아폴로니아가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으면서 그의 운명은 더욱 어둡게 굳어진다.
미국으로 돌아온 마이클은 점점 아버지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한다. 비토는 나이가 들어 조용히 물러나지만, 결국 자연사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마이클은 냉철한 판단력과 무자비한 방식으로 경쟁 세력을 제거한다. 영화의 절정은 마이클이 조카의 세례식에 대부로 서 있는 장면과 동시에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거하는 병렬 편집이다. 한쪽에서는 종교적 의식이, 다른 한쪽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복수가 교차하며, 마이클이 가문의 새로운 대부로 완전히 변모했음을 선언한다. 마지막 장면, 문이 닫히며 마이클이 새 ‘대부’로 추앙받는 모습은 영화사의 가장 인상적인 엔딩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마피아를 넘어선 가족과 권력의 서사
〈대부〉는 범죄 영화인 동시에 가족 드라마다. 비토는 끊임없이 “가족은 모든 것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하지만, 그가 선택한 방식은 범죄와 폭력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더 깊이 범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 자리를 마이클에게 물려준다. 관객은 '사랑과 폭력'이 공존하는 모순된 세계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마이클은 처음부터 범죄와 선을 구분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나는 아버지와 달라”라고 선언하며 정치와 군인의 길을 택했지만, 결국 아버지보다 더 냉혹한 리더가 된다. 세례식 장면에서 그는 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동시에 피의 심판을 내린다. 이는 종교적 구원과 범죄적 타락을 동시에 담아낸 상징적 연출이다.
코폴라는 이 영화를 단순히 마피아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오페라처럼 장중하고 우아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고든 윌리스의 촬영은 빛과 어둠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어두운 방 안에서 낮게 깔린 조명 속에 비토가 앉아 있는 장면은 '권력의 신성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예다.
〈대부〉는 범죄 영화 장르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이전의 갱스터 영화들이 폭력과 범죄 행위를 단순히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는 마피아를 사회적 제도와 문화의 일부로 묘사했다. '마피아를 악당이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이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예를 들어 〈굿펠라스〉, 〈소프라노스〉 같은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감독과 배우가 협상력을 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알 파치노와 같은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대부〉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다. 권력에 대한 욕망, 가족을 지키려는 본능, 도덕과 생존 사이의 갈등은 시대와 문화를 넘어 보편적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 영화는 단순한 마피아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로 읽히며, 세대를 넘어 감동과 충격을 동시에 준다.
〈대부〉는 한 마피아 가문의 이야기를 넘어, 권력과 가족, 도덕과 생존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웅장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5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명작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인간 본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4K로 재개봉하는 이번 기회에 시간을 내어 감상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