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은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이 연출하고, 휴 잭맨이 주연을 맡았다. 음악은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뮤지컬 〈라라랜드〉, 〈디어 에반 핸슨〉으로 유명한 작곡 듀오)이 담당해, 당시에도 OST만으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는 ‘쇼 비즈니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P.T. 바넘의 일생을 모티브로 하되, 사실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대중적 재미와 감동을 주는 방향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화려한 퍼포먼스, 힘 있는 음악, 그리고 다소 이상화된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관객을 끌어들인다. 무엇보다 “This is Me”, “A Million Dreams”, “Never Enough” 같은 곡들이 영화의 서사와 감정을 고조시키며 스크린을 압도한다.
가난한 소년에서 위대한 쇼맨까지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인 바넘은, 부잣집 딸 채리티(미셸 윌리엄스)와 사랑에 빠진다. 채리티의 부모님의 반대와 계층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넘은 시련을 이겨내며 채리티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채리티와 바넘은 뉴욕에 살며 두 딸을 키우며 살아간다. 행복하던 둘의 생활에 바넘이 다니던 회사의 도산으로 인해 위기가 찾아온다. 회사의 해고로 생계가 막막해진 바넘은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폐업한 박물관을 인수해 호기심의 전시장을 열지만, 관람객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이들을 찾아 무대에 세우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수염 난 여성, 난쟁이, 거인, 문신 남 등 사회가 ‘괴물’이라 부른 이들이었다. 이들 덕분에 바넘의 쇼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그는 순식간에 도시의 화제가 된다.
하지만 그 성공은 곧 사회의 반발을 낳는다. ‘괴짜들의 쇼’라며 비난하는 언론과 상류층은 바넘을 조롱했고, 극장 밖에서는 시위와 폭력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넘은 더욱 큰 성공을 좇는다. 그는 연극계 유망주 필립 칼라일(잭 에프론)을 파트너로 영입하고, 고상한 사회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바넘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세계적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레베카 퍼거슨)를 무대에 올린다. 그녀의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고 바넘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상류층의 인정을 얻지만 기존 단원들과 가족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그러던 중 바넘은 제니와의 스캔들에 휩싸이게 되고 난동부리던 관객에 의해 극장이 불에 타버리고 만다.
모든 것을 잃은 듯 보이던 바넘은, 아내 채리티와 단원들의 곁으로 돌아와 진짜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 깨닫는다. 칼라일고 단원들의 도움으로 바넘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고 멋진 극장 대신 부둣가에 천막을 세워 공연을 준비한다.
This is me
《위대한 쇼맨》은 뮤지컬 영화답게 훌륭한 사운드트랙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공연적 퍼포먼스에만 작품성을 의존하지 않고 영화의 전개에 따른 인물들의 서사와 감정을 뮤지컬을 통해 잘 풀어나가 영화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되게 한다. 또한 사운드 트랙에 담긴 각각의 노래들은 인물들의 서사와 함께 긍정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바넘은 처음에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위해 극단을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회적 명성과 상류층의 인정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결국 끝까지 자신을 믿고 곁을 지켜준 가족과 단원들 덕분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으며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시 일어나며 'From Now On'을 부르는 장면은 우리에게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준다.
영화는 또한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회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용감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바넘은 사회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을 숨기며 살아온 사람들을 자신의 쇼에 섭외한다. 하지만 그들 덕분에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음에도 단원들을 등한시한다. 단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입맛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용감하게 살아갈 것을 택한다. 이 때 나오는 'This is me'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발산하며 듣는 이에게도 해방감을 선사한다.
칼라일(잭 애프론)과 앤 휠러(젠데이아 콜먼)의 로맨스도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칼라일은 상류층 백인이자 상류층의 명사였다. 앤 휠러를 사랑했지만 인종과 신분의 벽이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는다. 현실적인 한계로 주저하는 앤 휠러와 그럼에도 한 걸음 다가가고자 하는 칼라일의 대화를 담은 'Rewrite the stars'는 두려워하는 여자와 굴하지 않고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는 남자의 심리를 잘 드러낸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며 꿈을 이룰 것
실존 인물 P.T. 바넘은 영화처럼 아름답게만 기억되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혁신적인 쇼 비즈니스의 개척자였지만, 동시에 과장된 광고와 인종차별적 전시로 비판받기도 했다. 영화는 그의 어두운 면을 덮고,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어떻게 보면 어두운 면도 분명히 존재하는 입체적인 인물의 밝은 면을 부각한 영화인 것이다.
〈위대한 쇼맨〉은 사실상 음악이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넘버는 뮤지컬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비트와 편곡을 더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가진다. “Never Enough” 같은 곡은 촬영 당시 실제 배우가 아닌 가수 로렌 알레드의 목소리로 더빙되었는데, 이 사실은 오히려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촬영적으로도 원테이크처럼 보이도록 편집된 장면, 무대 위 조명과 관객석의 대비가 돋보이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특히 ‘Rewrite the Stars’에서 잭 에프론과 젠다야가 줄 위를 오가며 노래하는 장면은 로맨스와 스릴을 동시에 전달한다.
2017년 개봉 당시,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하는 사회적 흐름과 맞물렸다는 것이다. 단원들이 “This is Me”를 외치는 장면은 단순한 쇼가 아니라, 현실 속 사회적 메시지로도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이 영화는 평단의 냉담한 평가(스토리 단순함, 인물 심리 묘사 부족 등)와 달리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위대한 쇼맨》은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 라인이나 극적인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가족과 사랑, 꿈과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노래를 통해 다른 그 어떤 작품보다 강렬하게 전달한다. 단칸방에서 잠들며 'A million dreams'를 부르던 소년이 한 가정의 가장이자 극단의 주인이 되어 'The greatest show'를 부르는 서사를 통해 관객에게도 꿈을 꾸며 그것을 이루고 지켜낼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