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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 (2025) 코엑스 돌비 시네마 감상 후기 "Plan C is for combat."

by dreamobservatory 2025. 9. 1.

 

F1 더 무비 공식 포스터

삼성역에서 볼일을 마치고 시간이 조금 남았다. 강남까지 왔는데 무언가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코엑스 돌비 시네마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F1 더 무비를 예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삼성역에 온 김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탑건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감독과 브래드 피트의 조합 보기도 전에 이미 재밌을 것 같다. 돌비 시네마라 그런지 아니면 그 새 또 영화 티켓값이 오른건지 2만원이나 되는 가격에 놀랐지만 큰 마음먹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낭만 넘치는 떠돌이 레이서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은 이 부분을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주연 소니 헤이스는 떠돌이 레이서다. 레이스 경기를 할 수만 있다면 전 세계 어디든 간다. 과거 F1 유망주였지만 불의의 사고 이후 F1 경주 대신 자동차 경주를 찾아 벤을 타고 전국을 떠돌아 다닌다. 또 다시 자동차 경주를 찾아 멕시코에 갔다가 오랜 친구 르벤을 만난다. 르벤은 과거 소니와 함꼐 F1 드라이버였지만 이제는 F1 구단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의 구단 성적이 안좋아 그는 이사회에 의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이에 르벤은 소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 분)와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 분)

 소니는 첫 경주부터 팀원들과 마찰을 만든다. 반칙의 경계를 넘나드는 약아빠진 플레이에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절대 출발하지 않는 독선적인 태도까지 에이펙스 GP 팀은 어째 소니의 합류 이후 더 위태로워 보인다. 같은 팀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와의 갈등까지 더해 이팀이 남은 9경기 동안 한 번이라도 우승을 하기는 힘들어보인다. 르벤은 자기 커리어 끝내러 온 것이냐며 오히려 소니에게 화를 낸다. 하지만 소니의 약삭빠른, 어찌보면 지능적인 플레이로 팀이 처음으로 10등 안에 들자 분위기는 반전된다. 팀원들도 소니의 플레이를 옹호하고 조슈아와의 팀워크도 잘 맞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비 오는 날 경기에서 소니는 조슈아의 우승을 위해 안전성 대신 속도감을 우선시한 타이어 교체를 제안했고 이에 성급한 조슈아의 플레이까지 더 해 조슈아는 큰 부상을 당하고 만다.

 조슈아가 부상 후 복귀했지만 팀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조슈아는 소니를 경주에서 리타이어 시키며 경기를 망친 후에도 스포츠 선수가 아닌 SNS 인플루언서 같은 모습으로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한다. 조슈아의 부상 이후 팀은 우승에서 한 발자국 더 멀어진 것 같아 보인다. 이에 팀 기술 총괄자 케이트가 팀 파티를 연다. , 초대된 사람은 조슈아와 소니 둘 뿐. 카드 게임을 하면서도 역시 소니와 조슈아는 서로를 잡아먹을 듯 하다. 하지만 소니가 어른답게 카드게임에서 조슈아에게 져주자 갈등은 해소되고 소니는 그토록 꿈꾸던 케이트와의 로맨스도 얻는다.

 팀 순위는 경주마다 높아지고 소니의 요청대로 케이트는 최고의 F1 머신을 만든다. 소니가 기자에게 1등을 하지 못하면 1만 파운드를 주겠다고 호언 장담했던 경주 전에 팀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이닥친다. 내부 고발자에 의해 팀의 F1 머신이 FIA 규정을 어겼다는 제보가 있던 것이다. 팀의 F1 머신은 출전할 수 없게되고 밑바닥 성적만 전전했던 구닥다리 차량을 갖고 경주에 출전해야 한다. 이에 소니는 감정적으로 경주하다 큰 부상을 당하고 만다.

 르벤은 입원한 소니에게 과거 소니가 부상을 당했던 때의 의료 기록을 들고가 이제 다시는 경주를 하지 말라고한다. 팀은 이제 소니 없이 경주를 해야하고 소니는 다시는 F1 경기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흑막이 드러난다. 에이펙스 GP 이사가 구단주 자리를 얻기 위해 문서 위조를 하며 팀을 위기에 빠트렸던 것이다. 에이펙스 GP 팀이 올해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해야 그가 구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경주가 끝난 후 이사는 소니를 다시 영입하고 자기가 구단을 운영할 계획을 소니에게 전한다. 이에 소니는 이사의 제안을 승낙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 차를 운전하다 죽어도 좋아”

 FIA 규정 위반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다시 차량을 받았지만 이제 에이펙스 GP 는 소니 없이 레이스를 해야한다. 한차례 성장한 조슈아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크루원들과 트랙을 달리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한다. 그런데 멀리서 누가 걸어온다. 소니 헤이스다. 소니는 르벤의 코 앞에서 급여 명세서를 찢어버리며 말한다. “나는 이 차를 운전하다 죽어도 좋아”. 소니와 조슈아의 시즌 마지막 경주가 시작된다.

 

매버릭과 소니를 보며

 탑건 매버릭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F1 버전 탑건 매버릭이라고 할 만큼 이 영화는 탑건 매버릭과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시니어와 루키의 갈등,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는 주인공, 그리고 뺴 놓을 수 없는 로맨스까지. 어찌보면 매우 흔한 클리셰이다. 어른 세대와 신세대의 갈등과 그것을 극복하고 신 세대가 더욱 성장하는 스토리.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뻔한 스토리 라인을 누구보다도 재밌고 감동적이면서도 독창적으로 전개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기발한 스토리와 기막힌 반전을 보여주는 감독이 천재적이다 라는 평가를 받지만 단순한 스토리와 인물로도 감동과 여운을 주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 또한 그에 못지 않는 찬사를 받아야한다.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 분)와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 분)

 꿈을 향한 열정, 세대 간의 갈등 해소와 미래 세대를 위한 기성 세대의 헌신. 이것이 감독이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주연 배우가 누구든, 주연 배우가 전투기를 타든 F1 머신을 타든지는 중요하지 않다. 감독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아니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것이지 않을까.

 두 편의 영화를 보며 소니와 매버릭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매버릭은 장군 진급을 포기하면서까지 전투기를 몰고 싶어했고 소니는 죽는 한이 있어도 F1 경주에 출전했다. 우리에겐 죽는 한이 있어도 꼭 하고 싶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가. 이 영화를 보며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에게.

이 차를 몰다가 죽어도 좋아

영화를 보고 나오며 나 역시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죽음을 각오할 만큼 간절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가?”

작중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 벤을 타고 떠돌아 다닌다며 조롱받지만 나에게 소니의 삶은 매혹적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곳을 다니고, 자신이 원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 살면서 한 번쯤은 이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몰려왔다. 그렇다면 결혼은? 가족은? 안정된 직장은? 결국 인간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꿈이 아니던가.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 분)와 케이트 맥케나(케리 콘돈 분)

이 영화가 던지는 진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었다. 꿈과 사랑은 양자택일이 아니다.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소니가 독선적이고 위험천만했지만 결국 인정과 사랑을 동시에 얻은 이유는 끝까지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이나 사랑을 얻기 위해 꿈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다. 오히려 꿈을 향해 꾸준히 달려가는 사람만이 사랑하는 이에게도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돌비 시네마의 압도적인 체험과 함께 이 영화는 단순한 레이싱 영화 그 이상이었다. 나에게도,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도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당신에게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