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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원작 영화 먼 훗날 우리(2018) 결말 포함 리뷰

by dreamobservatory 2026. 1. 31.

먼-훗날-우리-포스터

 사랑은 언제나 그때 최선이었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시간은 늘 그 최선을 과거형으로 만든다. 《먼 훗날 우리》는 사랑이 실패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속도로 성장한 두 사람이 끝내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한 기록에 가깝다. 이 영화는 “왜 헤어졌는가”를 집요하게 묻지 않는다. 대신 “그때 우리는 정말 어쩔 수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개봉: 2018
감독: 유약영
장르: 멜로, 드라마
출연: 정백연, 주동우
평점: 메타크리틱 77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73%

같은 시작, 다른 도착

 베이징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만난 두 남녀, 린젠칭과 팡샤오샤오는 각자의 실패를 안고 있다. 취업에 번번이 미끄러진 젠칭과 현실에 치여 꿈을 접어야 했던 샤오샤오는 서로의 아픔을 가장 빠르게 알아본다.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특별하지 않지만, 현실적이기에 오히려 애틋하고 아름답다.

 두 사람은 함께 살기 시작하며 미래를 약속하지만, 삶의 방향은 조금씩 어긋난다. 젠칭은 성공을 향해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샤오샤오는 관계가 유지되길 바란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고민은 공유되지 않는다. 서로의 인생을 살아가며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젠칭이 자신의 꿈에 가까워질수록, 샤오샤오는 자신이 그의 인생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음을 느낀다. 끝내 두 사람은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을 남긴 채 헤어진다.

 현재 시점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미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 속에서 영화는 분명한 결말을 제시한다. 그들은 다시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의 인생에서 지워지지도 않는다.

시간을 오가는 연출, 감정을 쌓는 편집

 《먼 훗날 우리》는 독특한 시간 구조가 인상적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플래시백 편집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감정의 대비를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과거의 장면이 밝고 생기 있게 촬영될수록, 현재의 정적과 무게감은 더욱 선명해진다.

 카메라는 인물에게 과도하게 밀착하지 않는다. 중간 거리의 샷을 유지하며, 인물과 공간 사이의 간격을 강조한다. 이 선택은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멀어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만든다. 특히 실내 장면에서 활용되는 저대비 조명은 감정의 무게를 눌러 담는다.

먼-훗날-우리-스틸컷-라면먹는-남녀
먼 훗날 우리 스틸컷

 시나리오는 큰 사건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집중한다. 다툼의 원인보다 말하지 못한 순간들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관객은 어느 한쪽을 쉽게 비난할 수 없게 된다. 각자의 사정과 인생의 무게가 달랐을 뿐, 그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해외 평단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현실을 가장 정직하게 포착한 멜로”라는 평가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세대의 초상이라기보다, 관계의 물리학에 더 가깝다고 느꼈다. 속도와 방향이 다르면, 한 점에서 만나더라도 사랑은 유지되지 않는다.

사랑은 실패가 아니라, 지나간 선택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사랑에 대한 후회보다는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먼저 떠올랐다. 누군가를 떠난 선택도, 붙잡지 않은 결정도 그 순간에는 최선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최선이 항상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그 선택이 아프고 후회될지 모르지만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 만큼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가슴 속에 묻어두어야 한다.  《먼 훗날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는 엔딩을 택한다. 그 선택이 이 영화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미련을 정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끝났지만, 기억은 삶의 일부로 남는다. 이 영화는 말한다. 모든 사랑이 결실을 맺을 필요는 없다고. 어떤 관계는 그 시절의 나를 만들었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