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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동안 신이 된 남자 이야기 브루스 올마이티(2003) 영화 리뷰

by dreamobservatory 2026. 1. 28.

브루스-올마이티-포스터
브루스 올마이티 포스터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신이면 다 고쳐버릴 텐데”라고 중얼거린 적이 있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그 위험한 상상을 아주 독창적인 방식으로 실험해버린다. 불운이 겹치고 자존심이 구겨진 TV 리포터 브루스가, 말 그대로 ‘신의 권한’을 잠깐 빌려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 설정은 황당한데, 웃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묘하게 찔리는 감정이 남는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세상의 수정인지, 내 기분의 보상인지. 그리고 능력은 행복의 지름길인지, 책임의 입장권인지.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코미디의 속도로 던지고, 관객이 스스로 답을 만들게 한다.

개봉: 2003
감독: 톰 새디악
장르: 판타지, 코미디
출연: 짐 캐리, 모건 프리먼, 제니퍼 애니스톤, 스티브 카렐
평점: 메타크리틱 46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48%

신의 권한을 받은 남자의 ‘사소한 복수’가 폭주할 때

 브루스 놀란은 버펄로 지역 방송국의 리포터다. 카메라 앞에서는 유쾌한 척하지만, 속은 늘 들끓는다. 앵커 자리를 꿈꾸는데, 그 자리가 경쟁자 에반에게 넘어가고 만다. 그날부터 꼬임이 연속이다. 분노로 폭발한 브루스는 생방송에서 통제가 풀린 멘트로 커리어를 말아먹고, 차까지 강탈당한 뒤 길바닥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신이 제대로 일하는 거 맞아?”

 놀랍게도 ‘신’이 직접 찾아온다. 그는 브루스에게 일주일 동안 자신의 권한을 맡겨본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타인의 자유의지를 직접 조종할 수는 없다. 신의 일을 해보라는 제안은 일종의 테스트다. 브루스는 처음엔 믿지 않지만, 손짓 한 번으로 거리를 갈라버리고, 교통 신호를 장난감처럼 바꾸며, 자기 삶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한다.

 처음 능력은 복수와 과시에 쓰인다. 경쟁자 에반의 앵커 데뷔를 엉망으로 만들고, 불리한 상황을 초능력으로 뒤집어 시청률을 쓸어 담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도 나온다. 생방송 중 에반의 입이 엉뚱한 소리로 꼬이게 만드는 순간, 브루스는 객석에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하지만 전능감은 금방 업무가 된다. 기도 응답이 폭주하면서 브루스는 ‘응답 처리’를 이메일 자동회신처럼 돌려버린다. 모두에게 “YES”를 눌러버린 결과는 즉각 재난으로 번진다. 복권 당첨자가 쏟아져 혼란이 생기고, 세상은 더 좋아지지 않는다. 결정타는 사랑이다. 여자친구 그레이스가 “나를 사랑해줘”가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줘”라고 말할 때, 브루스는 그 부탁을 능력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자유의지를 강제로 바꿀 수 없다는 조건 앞에서, 그는 처음으로 ‘신의 권한’이 아니라 ‘인간의 태도’가 문제였음을 인정하게 된다.

 결말은 크고 화려한 기적이 아니라, 방향 전환에 가깝다. 브루스는 더 이상 원하는 걸 쥐어짜내려 하지 않는다. 그레이스의 행복을 빌고, 자신은 앵커 자리가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겠다고 선택한다. 신은 권한을 거둬가고, 브루스는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온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지막이 후련하다. 신이 된 남자가 아니라, 사람이 된 남자를 봤기 때문이다.

웃기게 찍되, 설교처럼 보이지 않게: 연출과 촬영이 만든 균형

 이 영화의 핵심은 “다소 예민한 주제를 얼마나 가볍고 즐겁게 만들 것인가”다. 톰 새디악 감독은 코미디의 템포를 살리면서도, 드라마가 시작되는 지점을 명확히 긋는다. 초반은 짐 캐리의 리듬감이 장면을 밀어붙인다. 표정 연기, 신체 코미디, 타이밍이 살아 있는 리액션들이 ‘만화 같은 전능’에 현실감을 입힌다. 그런데 중반부터는 웃음의 톤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브루스의 선택이 관계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차분히 보여준다. 덕분에 코미디가 감정의 부채를 만들고, 후반의 반성이 그 빚을 갚는 구조가 된다.

영화-브루스-올마이티-스틸컷-남자와-여자
브루스 올마이티 스틸컷

 촬영은 ‘현실처럼 보이는 판타지’를 목표로 한다. 딘 셈러의 촬영은 과장된 색보정이나 동화적 조명으로 도망치지 않고, TV뉴스 현장과 일상 공간의 톤을 유지한다. 그래서 더 웃기다. 기적이 ‘눈부신 성광’이 아니라, 회사 복도와 스튜디오 같은 공간에서 튀어나오니까. 실제로 카메라 장비와 렌즈 구성도 전형적인 상업영화 문법을 따른다. 이 선택은 관객이 기적을 “특수한 세계의 사건”이 아니라 “내 일상에 끼어든 사고”로 느끼게 만든다.  비하인드 쪽에서 흥미로운 건, 코미디 영화인데도 ‘크레인과 와이어캠성 촬영’ 같은 큰 동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촬영감독 딘 셈러가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공중 장비를 활용한 드롭 샷을 언급한 인터뷰도 있다. 코미디의 스케일을 시각적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영화가 보여주는 기적들은 ‘과시’보다 ‘상황 코미디’에 봉사한다. 물을 가르거나 달을 움직이는 장면이 나와도, 핵심은 “그걸로 네 문제가 해결되냐”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온다.

 평단 반응은 엇갈렸다. 메타크리틱은 46점으로 “mixed or average” 범주에 놓였고, 로튼토마토는 48%로 짐 캐리의 슬랩스틱은 칭찬하면서도 후반부가 감상적으로 무거워진다는 요지의 총평이 붙는다. 로저 이버트는 이 설정이 지역 수준에서만 작동해도 연쇄적으로 이상한 결과가 번질 수 있다는 ‘나비효과’식 우려를 던지며, 영화의 장난이 가진 파급을 짚는다. 나는 그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본다. “신의 능력”이라는 극단적 장치를 썼지만, 결론은 거창한 신학이 아니라 일상의 책임으로 내려오니까.

 흥행과 대중 반응은 분명히 강했다. 전 세계 흥행은 약 4억 8천만 달러 규모로 기록된다. 수상 및 후보도 꽤 많다. 예를 들어 피플스 초이스(코미디 영화), 키즈 초이스(배우), NAACP 이미지 어워드(모건 프리먼) 등 대중성과 배우 존재감을 반영하는 항목들이 눈에 띈다. “명작”으로 단정하기보다, 대중 코미디가 사회적 질문을 포장하는 방식으로는 꽤 영리한 사례에 가깝다.

기도 버튼을 누르던 내가, 결국 ‘내 태도’를 수정하게 된 이유

 《브루스 올마이티》를 보고 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웃음인데, 그 다음은 찔림이다. 나는 종종 “환경이 이래서”, “운이 없어서” 같은 말로 오늘의 불만을 정리해버린다. 그런데 브루스가 신의 능력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라이벌 골탕 먹이기’였다는 걸 떠올리면, 그게 남 일 같지 않다. 내 삶에 힘이 생긴다면, 나는 과연 어떤 버튼부터 눌렀을까.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기도는 ‘결과’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아니라, 내가 움직일 ‘방향’을 점검하는 행위라는 것. 모두에게 YES를 눌러버린 브루스의 사고는, 내가 마음속으로 하던 “그냥 한 번에 해결되면 좋겠다”와 같은 바람을 과장해 보여준다. 문제는 그런 바람이 현실에서 계속 쌓이면, 결국 관계와 자기 존중감이 같이 무너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 후반, 브루스가 누군가의 마음을 억지로 바꾸는 대신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장면이 더 크게 다가온다. 통제의 쾌감보다, 존중의 선택이 훨씬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른 관객들이 이 영화를 “가볍게 보기 좋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해한다. 실제로 웃기고, 장면마다 캐릭터 코미디가 탄탄하다. 그런데 나는 그 말에 한 줄을 보태고 싶다. “가볍게 보이지만, 내 말버릇과 불평 습관을 들춰보게 만든다.” 신이 되는 일은 영화에서나 가능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은 현실에서도 흔하니까. 결국 《브루스 올마이티》가 건네는 교훈은 소박하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생기기 전에, 내 태도를 먼저 바꿔보라고. 그게 진짜 ‘현실적인 기적’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