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홀로 집에 2》는 크리스마스에 집에 혼자 남겨졌던 소년 케빈이 이번에는 뉴욕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도 기막힌 휴가를 즐기게 되는 속편이다. 전작이 교외의 단독주택을 무대로 했다면, 이번 영화는 눈 내리는 맨해튼과 호화로운 호텔, 장난감 가게와 공원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꿨던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쓰는 크리스마스 방학”을 실감 나게 펼쳐 보인다. 뉴욕의 화려한 야경과 따뜻한 가족애,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이웃과 나누는 온기가 어우러져 다시 한번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믿게 만드는 작품이다.
개봉: 1992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장르: 코미디, 가족
출연: 매컬리 컬킨, 조 페시, 다니엘 스턴, 캐서린 오하라, 팀 커리, 브렌다 프리커 외
평점: 메타크리틱 46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35%
크리스마스 아침, 집 대신 뉴욕에 도착한 케빈
《나홀로 집에 2》의 시작은 전작처럼 크리스마스를 앞둔 분주한 아침이다. 케빈의 가족은 한 번 사고를 치르고도 또다시 휴가 준비에 정신이 없다. 이번에는 모두 함께 플로리다로 떠날 계획이지만, 공항으로 향하는 길부터 예감이 심상치 않다. 서두르다 보니 공항에서 케빈과 가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고, 비슷한 옷차림의 남자를 아버지로 착각한 케빈은 뉴욕행 비행기에 홀로 오르게 된다. 비행기가 착륙하고서야 자신이 가족과 다른 도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케빈은 당황하기보다 특유의 호기심과 낙관으로 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하나의 모험으로 받아들인다.
뉴욕에 도착한 케빈은 아버지의 가방에 있던 신용카드와 현금을 손에 쥔 채 맨해튼 도심으로 향한다. 웅장한 외관의 플라자 호텔에 들어가 예의바르게 체크인을 시도하고, 영특한 말솜씨와 신용카드 덕분에 고급 객실을 잡는 데 성공한다. 부드러운 침대와 끝없이 나오는 룸서비스, 자신만을 위한 리무진과 피자, 따뜻한 버블 욕조까지. 케빈은 호텔에서 보낸 이 짧은 시간이 어린아이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완벽한 크리스마스 바캉스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그 모습에는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꿈꿨던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전부 누리는 방학”에 대한 동경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한편 전작에서 케빈에게 당했던 도둑 해리와 마브는 감옥에서 탈출해 뉴욕으로 흘러 들어와 다시 범죄를 꾸민다. 그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형 장난감 가게 던컨 토이 체스트의 기부금을 훔치려는 계획을 세운다. 케빈은 우연히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전작에서처럼 이 익숙한 악당들과 또 한 번 맞붙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호텔에서 쫓겨난 뒤, 공사 중이라 사람이 살지 않는 삼촌의 집을 새로운 전쟁터로 꾸미기 시작한다. 미끄러운 계단과 타르, 무거운 철물과 낙하 물체, 페인트 통과 폭죽까지. 온갖 기상천외한 장치를 집 안 곳곳에 설치하며 두 도둑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밤이 되자 해리와 마브는 장난감 가게를 털고 도망치다가 케빈이 꾸민 덫에 하나씩 걸려든다. 그들은 끝없이 떨어지고 부딪치고 맞으면서도 끈질기게 케빈을 뒤쫓지만, 케빈의 집 안은 그들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위험한 미로에 가깝다. 코믹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이 추격전은 전작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규모와 강도가 한층 커진 볼거리로 즐거움을 준다. 결국 케빈은 비둘기 아주머니와 함께 두 도둑을 다시 경찰의 손에 넘기고, 던컨 토이 체스트의 기부금을 지켜낸 작은 영웅이 된다.
이 장면의 이전에 케빈과 비둘기 아주머니의 만남이 있다. 센트럴파크에서 비둘기들과 함께 지내는 이 여인은 과거의 상처로 사람들을 피하며 홀로 살아간다. 케빈은 자신이 전작에서 마주쳤던 이웃 할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먼저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 서로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본 둘은 크리스마스 밤, 공원에서 따뜻한 대화를 나눈다. 케빈은 그녀에게 다시 사람을 믿어 보라는 용기를 건네고, 아주머니는 그 말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되찾는다. 영화의 마지막, 던컨 토이 체스트 앞에서 케빈은 그녀에게 두 마리의 터틀도브 장식 중 하나를 건네며 영원한 우정을 약속한다.
한편 케빈의 가족은 뒤늦게 그가 뉴욕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아들을 찾기 시작한다. 케빈의 엄마는 눈 내리는 뉴욕 거리와 로커펠러 센터의 거대한 트리 주변을 헤매며 또 한 번 죄책감과 불안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마스 아침, 거대한 트리 아래에서 마침내 서로를 발견해 안기는 장면은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족이 함께 있는 집이 곧 안식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호텔 방에는 던컨 토이 체스트에서 온 산더미 같은 선물들이 쌓이고, 가족들은 웃음과 놀라움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뉴욕에서의 모험은 이렇게 가족과 재회의 온기로 마무리되며, 케빈의 또 다른 크리스마스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뉴욕의 반짝이는 밤과 소년의 꿈, 그리고 다시 찾은 용기
《나홀로 집에 2》는 배경만 교외에서 뉴욕으로 옮겨 온 속편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막연한 판타지를 실제 풍경 위에 펼쳐 놓은 듯한 영화다. 어른의 보호 아래서라면 결코 누릴 수 없는 자유, 그중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의 뉴욕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은 케빈의 모험을 한층 더 빛나게 만든다. 거대한 트리와 스케이트장이 있는 로커펠러 센터, 화려한 쇼윈도와 불빛으로 가득한 거리, 센트럴파크의 눈 덮인 산책로는 영화 속에서 더없이 낭만적인 배경이 된다. 케빈이 리무진 안에서 피자를 먹거나, 플라자 호텔의 호화로운 방에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시켜 먹는 장면은 그 자체로 관객의 마음속에 숨겨진 어린아이의 바람을 건드린다. 호텔 복도에서 잠깐 등장하는 당시 뉴욕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까지, 그 시절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작은 디테일들도 웃음을 자아낸다.
감상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전작과의 응답 구조다. 《나홀로 집에》에서 케빈은 이웃집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마음을 열도록 돕고, 그 결과 건너편 집의 창문에도 따뜻한 크리스마스 불빛이 다시 켜진다. 이번에는 그 역할을 센트럴파크의 비둘기 아주머니가 대신한다. 케빈은 그녀를 통해 또 다른 외로운 어른의 얼굴을 마주하고, 같은 이야기를 조금 더 성장한 시선으로 반복한다. 상처 때문에 세상을 피하던 어른이 어린아이의 진심 어린 위로로 다시 사람을 믿게 되는 장면은 아주머니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뉴욕의 밤하늘 아래, 오래된 공연장의 천장 위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는 도둑을 골탕 먹이는 코미디와는 또 다른 결의 따뜻함을 전달한다.
액션과 슬랩스틱 코미디의 측면에서 보면 이 작품은 전작보다 한층 과감하다. 공사 중인 집에 설치된 케빈의 장치는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고, 해리와 마브가 당하는 고통도 훨씬 직접적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폭력의 수위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영화가 어린이 관객에게 얼마나 적절한지에 대한 의견도 갈렸다. 그럼에도 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꺼내 보는 이유는, 이 과장된 폭력이 어디까지나 만화적인 감각 안에서 유지되며 결국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위한 장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무지막지한 고통을 겪고도 끝내 케빈을 통해 다시 체포되는 두 도둑의 존재는, 현실이라기보다 크리스마스 동화 속 악당의 역할에 가깝다.
또 하나 눈여겨볼 지점은 케빈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상반된 매력이다. 그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계획을 세우고, 어른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행동한다. 동시에 가족을 걱정하며 자신이 한 행동을 반성할 줄 알고, 홀로 남겨진 어른들을 아끼는 공감 능력도 보여 준다. 플라자 호텔에서 지나는 며칠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로 만들어 주지만, 케빈은 결국 그 행복이 가족과 함께할 때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던컨 토이 체스트에서 받은 터틀도브 장식 하나를 비둘기 아주머니에게 나누어 주고,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건네는 장면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관계의 온도를 잘 보여 준다.
《나홀로 집에 2》를 크리스마스 영화로 다시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뉴욕의 풍경과 함께 밀려오는 가족의 이미지다. 호텔 방에 가득 쌓인 선물이 주는 놀라움도 즐겁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트리 아래에서 서로를 끌어안는 가족의 얼굴이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며 “나도 저렇게 혼자 호텔에서 지내 보고 싶다”고 상상했던 관객도,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결국은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조금 더 깊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 영화는 화려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마지막에 우리를 데려가는 곳은 거대한 뉴욕이 아니라 소소한 아침 식탁과 가족이 함께 웃는 방 안이다.
크리스마스에 다시 찾게 되는 뉴욕, 그리고 작은 영웅의 용기
《나홀로 집에 2》는 완성도 면에서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속편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꺼내 보기에는 여전히 매력이 넘치는 영화다. 전작과 비슷한 서사 구조와 장치를 사용하면서도 뉴욕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통해 다른 풍경과 감정을 선물한다. 화려한 호텔과 장난감 가게, 빌딩 숲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트리와 센트럴파크의 눈 내리는 밤까지, 영화는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의 로망을 가장 동화적으로 담아낸 작품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여기에 케빈과 비둘기 아주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끝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결말이 더해지며 영화는 한층 더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는 개봉한지 30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여전히 크리스마스마다 생각나는 영화다. 아이들에게는 뉴욕을 무대로 펼쳐지는 짜릿한 모험과 끝없는 장난이 즐거움을 줄 것이고,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품었던 소소한 꿈과 지금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떠올리게 해 줄 것이다. 케빈이 플라자 호텔에서 하룻밤 꿈 같은 휴가를 즐긴 뒤, 결국 록펠러 센터의 트리 아래에서 엄마와 다시 만나는 순간처럼, 이 영화는 우리에게도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길을 잃더라도 결국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을 선물한다. 눈 내리는 겨울밤, 따뜻한 담요를 덮고 이 영화를 함께 본다면, 뉴욕의 찬 공기와 크리스마스의 설렘, 그리고 가족의 온기가 화면을 넘어 거실까지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