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1974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장르: 범죄, 드라마
출연: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다이앤 키튼, 존 카젤, 로버트 듀발
평점: 메타크리틱 90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96%
《대부2》는 가족과 권력, 피와 신의 이름으로 얽힌 제국의 서사를 통해 ‘성공’과 ‘고립’의 역설을 드러내는 영화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전작의 서사를 뛰어넘어, 젊은 비토의 과거와 마이클의 현재를 교차시킴으로써 한 가문의 흥망사를 거대한 시간의 원으로 그려낸다. 마피아 제국의 성장과 몰락이 한 인간의 영혼과 함께 타락해가는 이 서사는, 권력의 냉혹한 그림자를 가장 인간적인 비극으로 풀어낸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권력의 신화와 인간의 몰락
《대부2》는 두 개의 시대를 병렬적으로 전개한다. 하나는 20세기 초 시칠리아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젊은 비토 코를레오네(로버트 드 니로)의 이야기, 또 다른 하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부’가 된 마이클 코를레오네(알 파치노)의 이야기다. 영화는 비토의 가난과 복수, 그리고 공동체의 보호자로 성장하는 여정을 통해 마피아 제국의 탄생을 그려낸다. 반면, 마이클의 서사는 이미 완성된 제국이 내부의 균열로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인물의 서사는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며, ‘건국의 이상’과 ‘유산의 붕괴’를 교차시킨다.

젊은 비토는 폭력으로 가족을 잃고, 생존을 위해 범죄의 세계로 발을 들인다. 그러나 그의 행위에는 공동체를 위한 책임감이 깔려 있다. 그는 탐욕보다 명예를 중시하고, 약자들을 지켜주는 리더로 성장한다. 반면 마이클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어받았으나, 냉정한 계산과 권력 유지의 논리 속에서 점점 인간성을 잃어간다. 그의 세계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폭력’이 ‘가족을 파괴하는 폭력’으로 변질되는 역설 위에 세워진다. 특히 마이클이 형 프레도를 배신자로 몰아 제거하는 장면은, 피보다 권력을 우선시한 그의 비극적 결단을 상징한다. 이때 화면의 냉랭한 색조와 느린 카메라 워킹은 마이클의 내면에서 이미 따뜻한 인간성이 소멸했음을 암시한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대부2》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젊은 비토와 마이클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서사 구조다. 코폴라는 한 가문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권력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비토의 권력은 ‘신뢰’와 ‘공동체’의 토대 위에 쌓였지만, 마이클의 권력은 ‘불신’과 ‘고립’ 속에서 무너진다. 젊은 비토가 친구와 이웃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장면은, 훗날 마이클이 모든 관계를 끊고 홀로 궁전에 앉아 있는 장면과 대조된다. 그 대비는 인간이 만든 제국이 결국 인간을 소외시킨다는 냉혹한 진실을 드러낸다.
하바나에서의 쿠바 혁명 장면은 그 상징적 정점을 이룬다. 혁명의 불길 속에서 마이클은 자본과 권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닫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다. 가족은 그를 떠나고, 제국은 내부의 배신으로 균열난다. 결국 영화는 마이클이 호숫가 별장에서 홀로 남아 있는 마지막 장면으로 끝난다. 눈보라 속의 그의 얼굴은 더 이상 승리자의 얼굴이 아니라, 모든 것을 얻고 모든 것을 잃은 인간의 초상이다.
피로 세운 제국, 고독으로 무너진 왕좌
《대부2》는 폭력의 미학을 통해 인간의 도덕적 붕괴를 조용히 그려낸다. 총성과 피의 장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침묵이다. 마이클이 프레도를 제거한 뒤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 장면은, 권력이 인간을 얼마나 공허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침묵은 후회나 슬픔이 아니라, 이미 감정을 잃은 인간의 무표정이다. 그와 달리 젊은 비토는 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가족을 지키려는 강한 윤리의식을 지녔다. 두 사람의 대비는 세대의 차이를 넘어, 인간이 권력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상징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마이클의 독백이 아닌 침묵으로 끝난다. 코폴라는 대사를 대신해 이미지로 말한다. 따스한 햇살 속에서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식사하던 회상 장면이 스쳐 지나가고, 다시 현실의 냉혹한 얼굴로 돌아오는 순간, 관객은 깨닫는다. 권력의 정상에서 마이클이 지킨 것은 ‘가문’이 아니라 ‘고독’이었다는 것을. 그의 제국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인간은 이미 무너져 있다. 그 비극은 마피아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이 성공과 권력에 취해 본질을 잃어가는 모든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다가온다.

《대부2》는 아버지와 아들의 서사를 통해, ‘권력의 탄생과 몰락’을 동시에 그려낸 예술적 정점이다. 젊은 비토의 이야기는 제국의 건국 신화를, 마이클의 이야기는 그 신화의 종말을 담는다. 두 이야기는 서로를 비추며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순환적 비극을 완성한다. 코폴라는 마피아 세계를 통해 단지 범죄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는 ‘가족’과 ‘도덕’, ‘야망’과 ‘고립’이라는 인간 보편의 주제를 통해, 권력의 이면에 도사린 허무를 정교하게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