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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1996) 영화 정보 | 평점 | 결말 | 리뷰 <책을 많이 읽으니 초능력이 생겼다?>

by dreamobservatory 2025. 11. 8.

영화-마틸다-포스터
마틸다 포스터


개봉:
1996
감독: 대니 드비토
장르: 가족, 판타지, 코미디
출연: 마라 윌슨, 대니 드비토, 렘펜 펜, 엠베스 데이비츠
평점: 메타크리틱 72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92%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가족 영화다. 세상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소녀가 부당한 어른들의 세계에 맞서 성장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익살스러운 유머와 따뜻한 감정, 어린 시절 느꼈던 정의감과 꿈에 대한 신뢰를 불러일으키며, 선한 마음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부드럽게 전한다.

작은 소녀에게 세상은 너무 컸다

 마틸다는 어린 나이부터 남다른 지적 호기심과 따뜻한 감수성을 지닌 아이였지만, 그녀가 속한 가정은 그런 빛을 알아보지 못한다. 부모는 마틸다에게 무관심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며, 딸이 책을 읽는 것조차 비웃는다. 텔레비전과 가벼운 말장난에 빠져 사는 가족 속에서 마틸다는 홀로 책을 읽고 생각을 넓혀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지킨다. 외로웠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에 들어가며 마틸다는 새로운 희망을 만난다. 마음씨 고운 허니 선생님은 마틸다의 재능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소녀가 가진 특별함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러나 학교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존재한다. 철권으로 학교를 지배하는 트런치불 교장이다. 거칠고 무자비한 통제, 아이들을 두려움에 빠뜨리는 권위의 폭력은 마틸다에게 또 다른 싸움을 예고한다.

영화-마틸다-스틸컷
마틸다 스틸컷

 이 과정에서 마틸다는 자신의 감정이 물건을 움직이는 초능력이라는 형태로 표출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억눌림 속에서 굳게 다져진 정의감과 억울함이 놀라운 힘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마틸다는 이 능력을 무질서와 폭력으로 사용하기보다, 약한 친구를 보호하고 부당함을 바로잡는 데 쓴다. 결국 트런치불을 몰아내며 학교에는 웃음과 평온이 돌아온다.

 부모는 계속해서 마틸다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를 짐 취급한다. 그러나 허니 선생님은 달랐다.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배려는 마틸다에게 진짜 가족의 의미를 알려준다. 마침내 부모가 급하게 해외로 떠나려 할 때, 마틸다는 용기를 내어 말한다. 자신이 세상에 속하고 싶은 곳은 그들과 함께하는 불안정한 가정이 아니라고. 허니 선생님은 마틸다를 품어주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어린 소녀는 드디어 자신이 사랑받을 자리를 찾는다.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다

 《마틸다》는 기이한 모험담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 가진 힘을 이야기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세상은 아이에게 당연히 열려 있어야 할 공간이 너무도 거칠고 불합리하다. 그러나 마틸다는 억울함이 쌓여도 냉소에 빠지지 않는다. 불의를 보면서도 무기력해지지 않고, 부드러운 힘으로 현실을 바꾸려 한다. 초능력은 상징에 가깝다. 이 영화는 특별한 능력보다 더 강한 것이 용기와 마음의 온도임을 말한다.

 허니 선생님의 존재는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손길처럼 느껴진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올바른 어른을 만날 때 피어나는 변화는 보는 사람까지 미소 짓게 한다. 마틸다와 허니 선생님이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은 가족이 혈연으로만 정의되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이해와 존중, 따뜻한 관심이 있는 곳에 진짜 가족이 생긴다. 어린 시절 누구나 마음속에 품었던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며, 그 기억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 순간들을 조용히 비춘다.

 트런치불 교장은 과장된 캐릭터지만, 그 속엔 어른들의 권위적 오만이 담겨 있다.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어른, 자신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힘을 휘두르는 존재. 영화는 이러한 권위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그리고 그 권위가 무너질 때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한다. 폭력은 사라지고 웃음이 자리 잡으며, 아이들은 다시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된다.

 결말에서 마틸다는 초능력을 쓰지 않는다.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 힘이 필요 없어진 세계, 자신이 머물고 싶은 집을 찾았다는 의미다.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마틸다의 선택은 작은 결심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누구나 바라는 가장 큰 용기다. 자신의 자리와 사랑을 직접 선택하는 삶이 이 영화가 건네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다.

 《마틸다》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비추지만, 그 안에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느꼈던 감정이 담겨 있다.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따뜻한 손길을 기다렸던 시간, 그리고 스스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순간들. 이 영화는 그 감정들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어른에게도 조용한 힘이 된다.

영화-마틸다-스틸컷
마틸다 스틸컷

 누군가를 이해하고 아껴 주는 일이 얼마나 큰 기적을 만드는지, 영화는 작은 소녀의 미소를 통해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 삶에도 마틸다와 같은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혹시 지금 누군가 곁에서 그런 온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이 영화는 조용히 속삭인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고.

 가볍게 보이지만 마음을 오래 따뜻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좋고, 어른이 혼자 돌아보기에도 좋다. 작고 여린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의 이야기, 그리고 모든 어른에게 잊고 살았던 순수함을 다시 꺼내 보게 하는 영화다. 부드러운 미소로 문을 닫지만 마음은 한참 동안 따뜻하게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