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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2018) 영화 리뷰 <우리의 영원한 뮤즈, 퀸의 이야기>

by dreamobservatory 2025. 12. 28.

영화-보헤미안-랩소디-포스터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설적인 밴드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따라가며 음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구원하고 무너뜨리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한 뮤지션의 탄생과 고독, 그리고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펼쳐진다. 익숙한 명곡들이 스크린 위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으며, 관객을 한 시대의 열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개봉: 2018
감독: 브라이언 싱어
장르: 음악, 드라마, 전기
출연: 라미 말렉, 루시 보인턴,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
평점: 메타크리틱 49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60%

무대 위의 탄생,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

 영화는 평범한 청년 파록 벌사라가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그는 런던의 작은 공연장에서 밴드 스마일의 무대를 바라보며 자신의 목소리가 설 자리를 직감한다. 멤버들과의 만남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서로의 결핍을 알아본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묘한 확신이 깔려 있다. 프레디는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음악 속에 녹여내며, 밴드는 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초기의 퀸은 음악 산업의 규칙과 끊임없이 충돌한다. 라디오에 맞춰진 러닝타임, 정형화된 사운드, 반복되는 성공 공식. 프레디는 그 틀을 받아들이기보다 부수기를 택한다. 오페라와 록을 결합한 파격적인 시도는 이해받지 못하지만, 그는 확신을 잃지 않는다.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예술가의 고집과 집념이 어떻게 현실의 장벽을 넘어서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은 타협의 결과물이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하는 언어라는 그의 믿음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성공은 빠르게 찾아온다. 전 세계를 휩쓴 투어와 폭발적인 환호 속에서 프레디는 무대 위의 왕이 된다. 그러나 환호가 커질수록 그의 내면은 점점 비어간다. 화려한 파티와 끝없는 유흥은 외로움을 가리기 위한 장치처럼 반복된다. 그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 세상과 거리를 두고, 가장 가까웠던 밴드 멤버들과도 균열을 만들어낸다. 음악으로 이어졌던 관계는 자존심과 오해 속에서 서서히 멀어진다.

 솔로 활동을 선택한 프레디는 자유를 얻는 듯 보이지만, 그 자유는 곧 고립으로 변한다. 음악을 함께 만들어가던 동료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냉정한 계약과 계산된 관계만 남는다. 그는 성공했지만, 더 이상 웃지 않는다. 이 시기의 프레디는 세상이 바라보는 스타와 거울 속 자신 사이의 간극을 견디지 못한 채 흔들린다. 그리고 그 흔들림의 끝에서 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진정으로 속해 있던 곳은 무대가 아니라, 함께 음악을 만들던 사람들 곁이었다는 것을.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향해 다시 모인 퀸은 과거의 갈등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 앞에 선다. 수많은 관객 앞에서 프레디는 다시 노래한다. 그 목소리는 예전보다 더 절실하고, 더 인간적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무대는 성공의 재현이 아니라, 돌아옴의 순간이다. 그는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무대에 서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하다.

음악으로 남은 사람, 그리고 한 시대의 기억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기 영화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음악이 가진 힘에 집중한다.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극적인 사건으로 가득하지만, 영화는 그 모든 순간을 과장하기보다 감정의 결을 따라간다. 성공과 방황, 관계의 균열과 회복이 음악과 함께 흐르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의 리듬에 동화된다. 무대 위의 프레디는 화려하지만, 무대 밖의 그는 늘 어딘가 불안정하다. 이 대비가 영화 전반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음악이 추억을 소환하는 방식이다. 퀸의 대표곡들이 흘러나올 때마다 관객은 자신의 시간 속으로 돌아간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던 노래, 오래된 CD 플레이어, 처음 가사를 따라 불렀던 기억들이 겹쳐진다. 영화는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 각자의 기억을 끌어올리는 힘을 지닌다. 그 시절을 살았든, 나중에 음악을 접했든 상관없이 퀸의 음악은 세대를 가로질러 감정을 공유하게 만든다.

영화-보헤미안-랩소디-스틸컷-공연장-장면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라미 말렉의 연기는 프레디 머큐리를 흉내 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목소리와 몸짓뿐 아니라, 무대 위와 아래에서 달라지는 시선과 호흡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관객은 그를 통해 프레디의 강인함과 동시에 취약함을 바라보게 된다. 완벽한 스타가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영화에 설득력을 더한다.

 영화가 향수를 자극하는 이유는 단지 음악 때문만은 아니다. 밴드가 함께 곡을 만들고, 서로의 의견을 부딪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장면들은 지금 보기에도 이상적인 창작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아날로그 장비와 손으로 쓴 악보,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쌓여 하나의 명곡이 되는 과정은 음악이 상품이기 이전에 관계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다시 노래하게 만드는 힘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은 거대한 공연 장면으로 끝나지만, 그 여운은 조용히 남는다. 프레디 머큐리는 완벽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자신이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이 영화는 성공을 목표로 삼기보다,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음악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의 일대기를 넘어, 《보헤미안 랩소디》는 우리가 사랑했던 노래들이 왜 여전히 유효한지를 증명한다.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음악과 함께했던 기억이 있다면, 이 영화는 그 기억을 다시 꺼내어 놓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래를 듣는 이유가 있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다시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