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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주연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2005) 영화 리뷰

by dreamobservatory 2026.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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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포스터

 결혼 생활이 권태에 빠졌다고 느끼는 부부가 있다. 문제는 이들이 평범한 부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는 부부 싸움을 첩보 액션의 문법으로 번역한 영화다.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살아가던 두 사람이 같은 표적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면서, 관계의 균열과 매력이 동시에 드러난다. 총격전과 농담, 로맨스와 냉소가 한 화면에서 부딪히는 이 영화는 2000년대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이 만든 가장 대중적인 혼합 장르의 사례 중 하나다. 

개봉: 2005
감독: 더그 라이먼
장르: 액션, 로맨스, 코미디
출연: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빈스 본, 애덤 브로디, 케리 워싱턴
평점: 메타크리틱 55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60%

서로를 겨눈 뒤에야 시작된 결혼 이야기

 존 스미스와 제인 스미스는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인 중산층 부부다. 깔끔한 집, 단정한 식탁, 형식적인 대화까지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다. 하지만 둘은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있고, 관계는 어딘가 비어 있다. 영화는 이 공허함을 부부 상담 장면으로 먼저 보여주며 시작한다.

 사실 두 사람의 진짜 정체는 각기 다른 조직에 소속된 프로 킬러다. 서로의 직업을 모른 채 같은 집에서 살아왔고, 각자의 은닉 공간과 루틴을 유지하며 완벽한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벤저민 댄즈라는 같은 표적 제거 임무를 따로 받게 된다. 현장에서 임무가 꼬이면서 서로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 상대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체가 드러난 뒤 영화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린다. 집 안 총격전, 자동차 추격, 조직의 추적이 이어지면서 존과 제인은 서로를 제거하라는 명령까지 받는다. 둘은 실제로 치열하게 싸우지만, 싸움의 과정에서 상대의 실력과 습관, 감정의 결을 이해하게 된다. 결혼 생활에서 말로 꺼내지 못했던 불만들이 총성과 함께 터져 나오는 장면들은 우스꽝스럽고 과격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솔직하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이는 대신 손을 잡는다. 자신들을 소모품처럼 다루는 조직을 상대로 함께 맞서며 부부는 처음으로 같은 목표를 가진 팀이 된다. 결말에서 이 부부의 관계과 완전히 회복되진 않는다. 대신 여전히 티격태격하면서도 같은 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총격의 리듬, 스타의 존재감, 그리고 장르의 줄타기

 더그 라이먼은 정보를 길게 설명하기보다 상황을 던지고 배우의 템포로 밀어붙이는 연출을 택한다. 그래서 장면 전환이 빠른데도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액션 비트와 코미디 비트를 교차 편집하면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방식이 분명하고, 이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장르 혼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와이드 구도와 중근거리 샷을 오가며 인물 간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를 함께 조절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집 안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총격전은 미장센이 붕괴되는 과정을 관계의 붕괴와 겹쳐 보여준다. 정돈된 인테리어가 총탄에 찢기고 가구가 부서지는 과정은 단순한 볼거리라기보다, 겉으로 유지하던 결혼의 형식을 시각적으로 해체하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여기에 존 파월의 음악이 장면의 추진력을 더하면서, 액션과 로맨스 사이의 톤을 무리 없이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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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스틸컷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스타 파워는 이 영화의 핵심 자산이다. 로저 이버트가 요약했듯 이 작품은 결국 두 배우의 화학작용이 성패를 좌우하는 영화에 가깝고, 실제로 그 지점에서 설득력이 생긴다. 반대로 각본의 구조를 보면 설정의 참신함에 비해 후반의 전개가 다소 단순해지고, 세계관 설명이나 조직의 논리가 느슨하다는 약점도 분명하다. 다만 그 약점을 배우의 에너지와 연출 템포로 덮어낸 상업영화의 사례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완성도는 각본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비평 반응도 이런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메타크리틱 점수는 높지 않지만, 가볍게 즐길 만한 팝콘 무비로서의 매력과 주연 배우의 합에 대해서는 꾸준히 호평이 이어졌다. 흥행 면에서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크게 성공하며 2005년 상업영화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남겼고, 이후 동명의 시리즈가 다시 만들어질 정도로 기본 콘셉트의 생명력도 증명했다. 수상 성과가 훌륭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대중 시상식과 장르 팬덤에서 꾸준히 소비된 이유는 분명하다. 이 영화는 정교한 첩보 서사라기보다, 관계의 불꽃을 장르 오락으로 번역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갈등은 왜 자꾸 비밀을 닮아갈까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보면 사람 사이의 갈등이 꼭 거대한 사건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역할만 수행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균열이 커진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관계가 틀어질 때 결정적인 계기는 크지 않아도, 오래 쌓인 침묵이 갑자기 큰 파열음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재미있었던 이유도 여기 있다. 액션은 과장되어 있지만 핵심 감정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나 역시 바쁜 시기에는 해야 할 일만 처리하고 정작 내 상태를 제대로 말하지 않은 채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 인간관계가 형식적으로 굳어지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부부가 싸운 끝에 다시 팀이 되는 과정은, 결국 관계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완벽한 배려가 아니라 솔직한 드러냄일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했다.

 이 영화는 결혼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산다는 일이 얼마나 번거롭고 위험하며,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는 훈련에 가까운지를 과장된 장르 장치로 보여준다. 그래서 보고 나면 ‘멋진 첩보 부부’보다 ‘끝까지 대화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남는다. 화려한 총격전 뒤에 남는 인상은 의외로 단순하다. 같은 편이 되는 일은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갱신해야 한다는 것. 그 점에서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는 지금 다시 봐도 꽤 영리한 대중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