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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탈출하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익스트랙션(2020) 영화 리뷰

by dreamobservatory 2026. 2. 1.

넷플릭스-익스트랙션-포스터
익스트랙션 포스터

 도시는 봉쇄되고, 다리는 막히고, 사방이 적이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들어가야 한다. 넷플릭스 액션 스릴러 《익스트랙션》은 ‘구출’이라는 단어를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긴장감 넘치는 동선,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근접전, 그리고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는 추격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특히 중반의 롱테이크 액션은 단순한 기술 자랑이 아니라, 인물의 체력과 공포를 그대로 체감하게 만드는 장치다. 화면이 흔들리면 내 손에도 힘이 들어가고, 총성이 터지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굳는다. 

개봉: 2020
감독: 샘 하그레이브
장르: 액션, 스릴러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루드락쉬 자이즈왈, 란딥 후다, 골쉬프테 파라하니, 판카즈 트리파티, 데이빗 하버
평점: 메타크리틱 56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67%

봉쇄된 도시를 빠져나가야 한다

 인도 범죄 조직의 거물 오비 마하잔은 수감된 상태에서 아들이 납치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라이벌인 방글라데시 마약왕 아미르 아시프는 소년 오비를 손에 쥐고 도시 전체를 협박 카드로 쓴다. 협상은 길이 막혀 있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오비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용병 타일러를 고용한다.

 타일러는 다카 시내에 잠입해 소년을 빼내는 데 성공하지만, 여기서부터 영화는 ‘구출’보다 ‘탈출’에 집중한다. 아시프가 현지 경찰과 범죄 조직을 움직이며 도시를 봉쇄해버리자, 다카의 거리와 골목은 곧 거대한 덫이 된다. 다리와 검문소는 닫히고, 탈출 루트는 계속 끊긴다. 타일러가 택하는 길은 단순하다. 뚫고 나간다.

 중반부 추격전은 자동차 추격에서 도보 추격으로, 다시 근접 난투로 연결되며 리듬을 바꾼다. 옥상과 계단, 좁은 골목을 오가는 동선이 쉼 없이 이어지고, 총격과 격투가 한 호흡 안에서 묶인다. 이 장면이 관객을 압도하는 이유는 ‘누가 더 세게 때리나’가 아니라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절박함’이 동선 전체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오비의 보호자인 사주는 가족을 인질로 잡혀 오비를 넘기라는 협박을 받고 타일러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더 위험한 선택을 한다. 결국 다리 위에서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고, 타일러는 소년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총격 속에서 그는 강물로 떨어지고, 오비는 살아남는다. 엔딩은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도, 소년이 ‘이제는 스스로 살아갈 준비’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카메라가 뛰는 만큼 감정도 따라 뛴다

 《익스트랙션》의 핵심은 ‘액션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액션을 어떤 거리에서 보게 하느냐’다. 샘 하그레이브는 스턴트 코디네이터 출신 감독답게, 관객이 안전한 관찰자가 되지 못하도록 카메라를 밀어 넣는다. 흔히 말하는 핸드헬드의 거친 호흡, 좁은 공간에서의 피사체 근접, 빠른 패닝과 재프레이밍이 반복되면서 화면은 전장을 그대로 전달한다. 이 방식은 보기 좋게 정리된 액션보다 체력 소모가 느껴지는 액션을 만든다. 보고 나면 나도 같이 달린 느낌이 남는다.

 특히 중반의 롱테이크 시퀀스는 이 영화의 명함이다. 언론과 제작진 인터뷰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는데, 여러 구간을 정교하게 이어 붙여 마치 한 번에 찍은 것처럼 보이게 만든 ‘원테이크’ 구성이다. 이 장면이 인상적인 건 기술 자체보다 ‘관객의 호흡을 끊지 않는 편집 의도’에 있다. 컷이 많아지면 현실감은 올라가도 체감은 분절되기 쉬운데, 이 시퀀스는 반대로 관객을 도망치는 동선에 고정시킨다. “믿어”라는 짧은 말과 함께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이 영화가 노리는 건 쾌감이라기보다 생존 본능에 더 가깝다고 느꼈다.

 촬영 또한 액션의 설계를 뒷받침한다. 촬영감독 뉴턴 토머스 시걸은 거리의 밀도와 열기를 살리면서도 인물의 동선을 읽을 수 있게 프레이밍을 유지한다. 과장된 슬로모션으로 ‘멋’을 붙이기보다, 속도와 충돌의 질감을 우선한다. 덕분에 격투는 무술 시범이 아니라 실제 싸움처럼 보이고, 총격은 음악에 맞춘 안무가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사건처럼 들린다.

 각본은 단순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메타크리틱 점수가 보여주듯 평단 반응은 엇갈렸고, 로튼토마토의 비평가 총평도 “스턴트와 주연의 에너지가 줄거리를 끌고 간다”는 뉘앙스에 가깝다. 그 지점에선 나도 동의한다. 대신 이 영화는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어 액션을 장식’하기보다, 최소한의 드라마로 액션의 명분을 만들어준다. 타일러가 단지 강한 사람이 아니라, 상실과 죄책감을 짊어진 사람이라는 설정은 클리셰지만 기능적으로는 효과적이다. 아이를 살리는 선택이 곧 자기 자신을 구원하려는 선택과 겹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액션 장면이 감정의 변화를 밀어주는 방식이다. 초반의 타일러는 ‘의뢰를 처리하는 기술자’처럼 보이는데, 오비와 시간을 보내며 표정과 판단이 달라진다. 총격이 잠깐 멎는 틈에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 숨을 고르며 물 한 모금을 넘기는 순간 같은 짧은 정지 장면이 액션의 폭력성을 중화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만든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 계속 남아 있으니, 다음 충돌이 더 무겁게 들어온다.

구출은 타인을 살리는 일, 탈출은 나를 살리는 일

 《익스트랙션》을 보며 “왜 저렇게까지 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타일러는 돈을 위해 들어간 듯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의 동력은 돈이 아니다. 그는 어쩌면 ‘살아남기’보다 ‘살아갈 이유를 다시 붙잡기’가 더 급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오비를 데리고 나오는 일은 의뢰 수행이면서 동시에 자기 안의 구멍을 메우는 과정이 된다.

 나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머리는 복잡한데, 이상하게 마음은 비어 있는 시기. 그때는 성과나 계획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하는 단순한 일’에 몸을 던질 때가 오히려 정신이 버텨지곤 했다. 영화 속 타일러가 계속 움직이며 판단하고, 숨 고를 틈 없이 다음 선택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그때의 나와 묘하게 겹쳐 보였다. 멈추면 무너질 것 같아서 달리는 사람의 얼굴 말이다.

 그리고 오비는 ‘구출 대상’으로만 남지 않는다. 그는 상황을 이해하고, 선택을 배우고, 끝내 자기 발로 나아가려 한다. 이 영화가 폭력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씁쓸한 이유는, 아이가 어른들의 전쟁 한가운데서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가서다. 다카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건 액션이지만, 그 바닥에 깔린 건 권력과 빈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이 언제든 거래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이다.

 《익스트랙션》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군가를 구하러 들어간 사람이, 정작 구한 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 몸을 던지는 선택은 영웅 서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다. 화려함보다 생존의 감각에 가까운 액션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스턴트와 카메라의 합이 어떻게 관객의 호흡을 조종하는지 체감해보고 싶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