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얼간이》는 인도 최고의 명문공대 ICE에서 벌어지는 세 친구의 기이하면서도 따뜻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경쟁이 일상처럼 굳어버린 사회 속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꿈과 재능을 뒤늦게 발견하고,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웃음 속에 삶의 본질을 묻는 질문을 던지며,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개봉: 2009
감독: 라지쿠마르 히라니
장르: 드라마, 코미디
출연: 아미르 칸, 마드하반, 샤르만 조시, 카리나 카푸르
평점: 메타크리틱 67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
경쟁의 한복판에서 스스로를 발견한 세 친구의 여정
《세 얼간이》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오래전부터 소식을 끊고 지내던 친구 ‘란초’를 찾기 위해 파르한과 라주는 오랜 세월을 되짚어 ICE에서의 추억을 다시 꺼내기 시작한다. 그 시절 캠퍼스는 뛰어난 학생들이 모였다는 명성만큼이나 치열했고, 누군가를 앞지르는 일에 익숙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일상이 되어 있었다.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던 학생들에게 란초는 유난히 무모하면서도 당돌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가. 좋아하지도 않는 분야에서 1등을 해내는 일이 과연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그의 태도는 교수들의 심기를 거스르기도 했지만, 주변 친구들에게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변화의 씨앗이 되었다.
파르한은 가족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엔지니어링을 택했지만, 마음은 언제나 사진에 머물러 있었다. 라주는 극심한 빈곤 속에서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견디며 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두 사람 모두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란초는 그 둘에게 늘 다른 시각을 보여주었다. 경쟁보다 배움의 기쁨이 우선이라는 그의 말은 처음엔 이상하게 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 어디선가 묘한 울림을 남겼다.

영화의 한 축에는 학장인 비루 사하스라부드의 냉철한 철학이 자리한다. 그는 효율과 성취만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평가했고, 그 압박은 어느 순간 한 학생의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란초는 교육의 목적이 점수 경쟁이 되어버린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파르한과 라주 역시 자신들이 가고 있던 길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 와중에 파르한은 자신의 오랜 꿈을 고백하며 아버지와 갈등한다. 라주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강박 속에서 면접을 앞두고 벼랑 끝까지 몰린다. 세 친구가 겪는 굴곡은 각자 다른 고민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는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이다.
친구들의 삶을 뒤흔든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란초는 점점 더 특별한 인물처럼 비쳐진다. 성적은 늘 최상위권이지만, 순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유일한 학생이었다. 밤새 기계 장치를 뜯어보고, 친구들이 가진 두려움까지 짊어지는 그를 통해 주변 사람들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서서히 바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졸업식 후 그는 마치 사라지듯 흔적을 감추고, 파르한과 라주는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낸다.
세월 뒤 그를 다시 찾아 나선 긴 여정에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한다. 란초라고 믿어왔던 사람이 사실은 다른 인물의 이름을 빌려 학교를 다녔던 것. 그리고 그가 남쪽의 작은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이야기는 따뜻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결국 세 친구는 서로가 서로의 삶에 남긴 흔적을 확인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파르한은 사진작가로, 라주는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찾아 걸음을 내딛는다. 란초는 끝내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알려주며 스스로 믿어온 가치들을 실천해 낸다.
꿈을 향해 걷는 길, 그 자체가 삶이 말하는 용기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은 묘하게 미묘한 안도감이었다. 《세 얼간이》는 젊은 세대가 마주한 현실의 무게를 숨김없이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심스레 일깨워 준다. 파르한이 아버지에게 자신의 꿈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장면은 많은 관객을 울렸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타인의 기대와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던 마음이 마침내 자기 자신을 향해 굳건히 선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라주가 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되찾는 과정 역시 인상적이다. 그는 오래도록 두려움에 눌려 살아왔고, 미래를 향한 희망조차 가져보지 못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도움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면접 자리에서 그간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스스로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그의 변화는 누군가의 격려가 사람의 삶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란초는 세 친구 중 가장 엉뚱해 보이지만, 사실 삶의 방향을 가장 명확히 보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명문대의 화려함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이 보장되는 길보다 스스로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선택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늘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삶의 중심에는 행복이 있어야 하며, 그 행복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이었다. 그의 행동은 크게 보이면 무모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배움의 본질을 탐구하는 진지함이 자리했다. 그래서 그의 삶은 단순히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깊이 있는 고민 끝에 나온 결단으로 다가온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게 ‘꿈을 좇으라’는 명제를 넘는다. 어른의 기대, 사회가 요구하는 안정성,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수많은 부담 속에서도 인간이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꿈을 쫓는 과정이 완벽할 필요 없으며, 때로는 서툴고 느리더라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충분히 가치 있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세 얼간이》는 청춘이 마주하는 갈림길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외면해 온 질문을 다시 꺼내 놓는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단순한 듯한 물음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는 것을 영화는 끝내 보여준다.
마음이 이끄는 길을 택할 때 생겨나는 기적
영화를 다보고 난 후 마음 한편이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정답이 하나뿐인 삶은 존재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기준에서 벗어난 길이라도 그 안에서 자신의 기쁨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세 얼간이》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며, 각자의 삶에서 ‘나만의 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만약 요즘 조금 흔들리고 있다면 이 영화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의자를 내어줄지도 모른다. 당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전부터 잠들어 있던 소망이 있다면, 이 작품은 그 소망을 조용히 깨워 준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 좋은 순간일 것이다. 경쟁에 지쳐 있다면, 혹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흐려졌다면 《세 얼간이》는 다시 꿈의 방향을 바라보도록 도와줄지도 모른다. 본래의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 때때로 삶의 가장 값진 순간이 된다는 사실을, 영화는 잔잔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증명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