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셰프(American Chef, 원제: Chef)〉는 배우이자 감독인 존 파브로(Jon Favreau) 가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아 만든 작품이다. 그는 마블 시리즈의 시작을 연 ‘아이언맨’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화려한 히어로물이 아닌 소박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정한 맛을 전한다.
이 영화는 창의성과 열정, 가족 관계,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칼 캐스퍼는 LA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수석 셰프로 일하고 있지만, 창작의 자유를 억누르는 오너와의 갈등, 음식 평론가와의 충돌을 겪으며 결국 주방을 떠난다. 이후 낡은 푸드트럭을 시작하며 아들, 친구와 함께 미국 전역을 돌며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석 셰프에서 푸드 트럭 사장으로
LA의 인기 레스토랑에서 수석 셰프로 일하던 칼 캐스퍼는 유명 음식 평론가가 찾아온다는 소식에 긴장한다. 그는 평소와 다른 창의적인 요리를 준비하려 하지만, 오너인 리바의 고집으로 결국 평범한 메뉴를 내놓게 된다. 결과는 처참했다. 평론가의 혹평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칼은 셰프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다.
분노한 칼은 트위터에서 평론가와 설전을 벌이다가 인터넷 밈으로 조롱거리까지 된다. 결국 그는 오너와의 갈등 끝에 레스토랑을 떠나고, 한동안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 그 과정에서 전 아내 이네즈의 권유로 마이애미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낡은 푸드트럭을 얻게 된다. 처음엔 초라해 보였지만, 그의 요리 열정을 다시 불태우는 무대가 된다.
칼은 친구 마틴, 그리고 어린 아들 퍼시와 함께 푸드트럭 ‘엘 자페로(El Jefe)’를 몰고 미국 전역을 돌며 샌드위치와 쿠바 요리를 팔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아들은 SNS를 활용해 아버지의 사업을 홍보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게 만든다. 아버지는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셰프로서 잃었던 자존심과 창의성까지 다시 찾는다. 마지막에는 음식 평론가와 다시 만나 푸드트럭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며 영화는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인생은 실패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아메리칸 셰프〉는 요리라는 소재를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직업적 성공, 사회적 명성보다 중요한 건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가족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라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녹아 있다.영화의 분위기는 따뜻하고 유쾌하다. 극적인 갈등이나 비극적인 사건 없이, 맛있는 요리와 음악, 사람들 간의 진심 어린 대화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를 보는 동안 ‘힐링’을 경험하게 된다. 요리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이고, 쿠바 샌드위치의 치즈가 녹아내리는 장면은 군침을 삼키게 한다.
칼이 아들과 함께하는 여정은 단순히 푸드트럭 여행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특히 퍼시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디지털 세상에 기록하고, SNS를 통해 아버지의 사업을 돕는 모습은 오늘날 세대 간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연결해 보여준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성공과 실패를 단순히 업적의 문제로 그리지 않고, ‘삶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그려낸다는 점이다. 수석 셰프로 일하던 주방을 떠난 주인공이 결국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을 빛내는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도전과 재출발의 용기를 전한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면, 정성을 다해 요리해
존 파브로는 감독이자 배우로서 무게감을 잘 잡아냈다. 주인공 칼 캐스퍼는 고집스럽지만 따뜻하고, 불완전하지만 진솔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소피아 베르가라(전 부인 이네즈 역), 존 레귀자모(마틴 역), 그리고 아역 배우 엠제이 앤서니(퍼시 역)의 조화도 탁월하다. 특히 퍼시 역은 영화의 중심축을 단단히 잡아주며 아버지와 아들의 서사를 감동적으로 만들어준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쿠바 음악과 라틴 재즈, 블루스, 뉴올리언스 풍 리듬이 여정을 따라 흐르며 영화의 온도를 높여준다. 푸드트럭이 도시를 달리는 장면마다 흥겨운 사운드가 붙어 있어 관객도 여행의 동반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칼이 아들에게 간단한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장면이다. 단순한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치즈가 녹아내리고, 빵이 노릇하게 구워지는 모습은 요리에 담긴 사랑을 오감으로 전달한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화의 따뜻한 메시지를 설명할 수 있다.
존 파브로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실제 유명 셰프 로이 최(Roy Choi)에게 요리를 배웠다. 로이 최는 ‘코기 푸드트럭’을 성공시킨 인물로, 영화 속 푸드트럭 여정의 모티브가 되었다. 덕분에 영화 속 요리 장면은 단순히 ‘보여주기용’이 아니라 실제 맛과 정성이 느껴지도록 구현됐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을 갖거나 물질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만을 성공으로 여기며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간다. 가령 정말 하고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나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같은 것들을 말이다. 이 영화는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일하는게 즐겁지 않을 때,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안들고 방황할 때 《아메리칸 셰프》는 편안하게 보며 힐링하기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