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무너져가는 일상 속 한 가족의 갈등을 출발점으로 삼아, 우주와 차원, 삶의 의미를 한꺼번에 껴안는 작품이다. 세탁소를 운영하며 버거운 하루를 살아가던 한 중년 여성의 시선을 통해, 영화는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삶과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동시에 비춘다. 혼란스럽고 과감한 형식 안에 가족과 사랑, 존재에 대한 질문을 녹여내며, 웃음과 눈물을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교차시킨다.
개봉: 2022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샤이너트
장르: 액션, 코미디, SF, 드라마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평점: 메타크리틱 81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94%
끝없이 갈라지는 선택의 순간
에블린 왕의 하루는 언제나 과부하 상태다. 세탁소 운영은 적자에 시달리고, 세무서 감사는 코앞이며, 아버지의 방문과 딸 조이의 존재는 그녀를 더욱 압박한다. 남편 웨이먼드는 여전히 다정하지만, 그 다정함조차 에블린에게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태도로 보인다. 영화는 이렇게 숨 돌릴 틈 없는 일상으로 관객을 밀어 넣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무서 건물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은 이 평범한 하루를 산산조각 낸다. 다른 차원의 웨이먼드가 등장해 멀티버스의 존재를 설명하고, 에블린이 모든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한다. 수많은 가능성의 삶 속에서 에블린은 지금의 실패한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들을 마주하게 된다. 무술의 달인이 된 삶, 스타 배우로 성공한 삶, 심지어는 손가락이 소시지로 변한 세계까지, 상상력의 범위는 끝없이 확장된다.
하지만 멀티버스의 혼란 속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다름 아닌 딸 조이다. 모든 가능성을 동시에 인식하게 된 그녀는 삶 자체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그 허무함은 조부 투파키라는 파괴적인 형태로 구현된다. 조이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그 생각은 차원 전체를 집어삼킬 블랙홀 같은 구멍으로 형상화된다.
에블린은 처음에는 이 모든 상황을 부정한다. 이해할 수 없는 규칙과 끊임없이 요구되는 선택 앞에서 그녀는 도망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수많은 차원을 오가며 그녀는 점점 깨닫는다. 자신이 실패했다고 믿었던 삶 또한 누군가의 선택 위에 존재하며, 그 선택 하나하나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영화의 후반부, 에블린은 더 이상 싸움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상대의 공격을 막는 대신 이해하려 하고, 폭력을 되돌려주는 대신 다가간다. 조이에게 손을 내미는 그 순간, 이 거대한 이야기의 초점은 다시 아주 사적인 관계로 수렴된다. 우주를 구하는 서사는 결국 한 가족이 서로를 붙잡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혼란 속에서 발견한 삶의 태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감상은 하나의 감정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영화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다가도, 곧바로 가슴을 찌르는 대사를 던진다. 이 급격한 온도 차는 의도적이며, 혼란스러운 삶의 감각을 그대로 닮아 있다. 인생은 정돈된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이 영화는 그 사실을 형식으로 증명한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웨이먼드라는 인물이다. 그는 멀티버스 어디에서도 가장 강하지도, 가장 성공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그는 친절과 배려를 선택한다. 웨이먼드의 태도는 영화 전체의 철학을 관통한다. 세상을 이기는 방법이 반드시 힘일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는, 이 작품을 단순한 장르 영화의 범주에서 끌어올린다.

에블린과 조이의 관계는 세대 간의 간극을 넘어선다. 조이는 자신을 이해받지 못한 존재로 느끼고, 에블린은 딸을 사랑하면서도 끝없이 비교하고 통제해왔다. 멀티버스라는 장치는 이 갈등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모든 선택을 알고 난 뒤에도 삶을 살아갈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조이의 절망을 통해 깊이 있게 전달된다.
영화는 허무주의를 정면으로 마주한 뒤, 그 안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답을 건넨다. 모든 것이 우연이고 의미가 없다면, 그만큼 어떤 선택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에블린은 완벽한 삶을 선택하는 대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바라본다. 그 선택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다.
연출 또한 이 메시지를 강화한다. 빠른 편집과 과감한 장르 전환, 현실과 환상을 가로지르는 시각적 농담들은 혼란 속에서도 감정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 특히 말없이 돌이 된 채 대화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은 어떤 대사보다 많은 것을 전한다.
모든 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삶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거대한 세계관을 통해 아주 개인적인 위로를 건넨다. 우리는 수없이 다른 선택을 떠올리며 현재를 후회하지만, 영화는 지금 이 자리 또한 하나의 우주임을 상기시킨다. 완벽하지 않기에 관계가 만들어지고, 불완전하기에 손을 내밀 수 있다. 이 영화는 삶의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혼란 속에서도 다정함을 선택하는 용기, 이해하지 못해도 곁에 머무르는 결심. 그것이 이 작품이 말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웃음 뒤에 남는 잔잔한 여운은, 영화를 본 이후에도 오래 지속된다.
지금 삶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 영화는 색다른 방식의 위로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동시에 무너지고 동시에 빛나는 순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우리가 아직 놓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조용히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