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연시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쉽게 젖는 계절이다. 한 해를 정리한다는 말은 결국 “올해 나는 누구를, 무엇을, 얼마나 사랑했나”를 다시 묻는 일이니까. 그래서 오늘은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보기 좋은 로맨스 영화 7편을 골랐다. 크리스마스의 소란부터 새해의 고요까지, 사랑이 각자 다른 표정으로 찾아오는 이야기들이다.
《러브 액츄얼리》 사랑은 한 번에 오지 않고, 여러 갈래로 번진다
개봉: 2003
감독: 리처드 커티스
장르: 로맨스/코미디/드라마
출연: 휴 그랜트, 콜린 퍼스, 엠마 톰슨, 앨런 릭먼 외
평점: 메타크리틱 55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65%
이 영화의 장점은 “정답 같은 사랑”을 내세우지 않는 데 있다. 누군가는 고백을 망설이고, 누군가는 이미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꺼내 든다. 그 모든 감정이 크리스마스라는 커다란 이벤트 속에서 겹겹이 포개지며, 한 해의 끝자락에 우리가 얼마나 자주 용기를 미뤘는지 슬쩍 들춰낸다. 연말에 이 작품을 다시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랑이 화려한 한 장면이 아니라, 일상의 구석에서 계속 ‘발견되는 것’임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공항의 인파, 소소한 고백, 엇갈린 타이밍까지—이 영화는 “그래도 사랑은 여기 있다”는 쪽으로 마음을 조용히 돌려놓는다.
《어바웃 타임》 시간을 되감아도, 결국 남는 건 오늘의 표정
개봉: 2013
감독: 리처드 커티스
장르: 로맨스/코미디/판타지
출연: 도널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빌 나이
평점: 메타크리틱 55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71%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은 사실 거창한 장치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그 능력을 ‘사랑을 잘해보려는 초보의 실수’에 붙인다. 더 멋진 말을 해보고 싶고, 더 완벽한 순간을 만들고 싶고, 그래서 몇 번이고 되돌아가지만—그럴수록 삶은 계획표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배운다. 연말에 특히 잘 어울리는 건, 이야기가 결국 “오늘을 두 번 사는 마음”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새해를 앞두고 후회가 늘어나는 시기엔, 이 작품의 다정한 결론이 꽤 현실적인 위로가 된다.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을 망치지 말 것. 그러니 오늘은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하게 웃어도 충분하다고.
《홀리데이》 낯선 집으로 옮겨가면, 내 마음도 이사를 온다
개봉: 2006
감독: 낸시 마이어스
장르: 로맨스/코미디
출연: 케이트 윈슬렛, 카메론 디아즈, 주드 로, 잭 블랙
평점: 메타크리틱 52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51%
연말은 종종 ‘내가 있던 자리’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그 감정을 아주 심플한 행동으로 바꾼다. 집을 바꿔 살아보기. 풍경이 달라지면 마음도 조금씩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익숙한 실패 패턴에서 잠시 빠져나올 틈이 생긴다. 《홀리데이》의 매력은 로맨스만큼이나 공간이다. 벽난로가 있는 집, 조용한 동네, 따뜻한 조명—모든 것이 “괜찮아, 쉬어도 돼”라고 말한다. 연말의 피로가 쌓인 날엔, 이 영화가 마치 휴가 같은 리듬으로 마음을 풀어준다. 사랑도 결국, 쉬는 사람에게 먼저 찾아온다는 듯이.
《세렌디피티》 운명이라는 단어를 믿고 싶은 밤이 있다
개봉: 2001
감독: 피터 첼섬
장르: 로맨스/코미디
출연: 존 쿠삭, 케이트 베킨세일
평점: 메타크리틱 52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58%
연말에는 ‘우연’이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같은 노래를 듣고,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계절이니까. 《세렌디피티》는 그 감정을 뉴욕의 겨울 한복판에 놓고, 운명이라는 단어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어쩌면 비현실적인 낭만 때문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늘 남아 있는 질문 때문이다. “그때 그 사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새해를 앞두고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 사람에게, 이 작품은 미련을 미화하기보단 ‘희망의 형태’로 바꿔 보여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 때로는 삶을 더 열심히 살게 만들기도 한다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새해 자정엔, 말 대신 진심이 남는다
개봉: 1989
감독: 롭 라이너
장르: 로맨스/코미디
출연: 빌리 크리스탈, 멕 라이언
평점: 메타크리틱 76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88%
친구로 오래 지낸 두 사람이 결국 사랑을 인정하는 이야기는 많다. 그런데 이 영화가 특별한 건, 그 과정이 “멋진 타이밍”이 아니라 “서투른 축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쌓인 대화, 어긋난 오해, 질투와 미련까지—그 모든 우회가 결국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 새해 카운트다운이 울리는 순간,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네가 정말로 붙잡고 싶은 사람은 누구냐”고. 화려한 이벤트보다, 말 못 했던 진심이 더 큰 선물이 되는 밤. 그래서 이 작품은 연말의 설렘을 가장 정확하게 ‘현실적인 로맨스’로 바꿔준다.
《노팅 힐》 평범한 하루가 유명해지는 순간, 사랑은 더 조심스러워진다
개봉: 1999
감독: 로저 미첼
장르: 로맨스/코미디
출연: 휴 그랜트, 줄리아 로버츠
평점: 메타크리틱 68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84%
유명 배우와 동네 서점 주인의 만남은 동화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판타지를 적당히 걷어내며,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만날 때 생기는 불편함”을 꽤 섬세하게 보여준다. 관심, 시선, 소문. 사랑은 갑자기 커지고, 커진 사랑은 보호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연말에 더 어울린다. 한 해의 끝에 우리는 자주 ‘내가 나로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 영화의 유명한 한 문장은 결국 그런 바람의 압축이다. 소박하게, 솔직하게, 과장 없이. 사랑은 결국 “그냥 한 사람”을 알아보는 일이니까.
《브리짓 존스의 일기》 새해 결심은 늘 무너지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개봉: 2001
감독: 샤론 맥과이어
장르: 로맨스/코미디
출연: 르네 젤위거, 콜린 퍼스, 휴 그랜트
평점: 메타크리틱 66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79%
새해가 오면 우리는 계획표를 만든다. 살 빼기, 연애하기, 더 근사해지기. 그런데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그 결심이 매번 우당탕 무너지는 과정을 너무 솔직하게 보여줘서 오히려 안심이 된다. 실수하고, 헛발질하고, 또 적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이 너무 인간적이라서. 이 작품의 진짜 로맨스는 ‘남자 주인공’보다 ‘자기 자신’ 쪽에 더 가깝다. 연말에 마음이 쉽게 작아지는 사람에게, 브리짓은 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새해의 첫 문장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나는, 나를 조금 더 좋아해보기로 한다” 정도면 충분하다.

올해가 어떤 모양이었든, 남은 며칠은 조금 다정했으면 좋겠다. 따뜻한 영화 한 편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도 좋고, 혼자 보면서 스스로를 토닥여도 좋다. 연말연시에 좋은 영화가 작은 난로가 되어 당신의 하루를 포근하게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