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일을 그만두고 세계 일주를 떠난다든가, 익스트림 스포츠에 도전해본다든가 하는 꿈을 꾸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여기에 그런 사람들을 위한 영화가 있다.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2013년 개봉작으로, 평범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한 남자가 거대한 모험 속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은 제임스 서버(James Thurber)의 1939년 단편소설로, “평범한 삶을 사는 남자가 머릿속에서 상상을 통해 영웅이 된다”는 콘셉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비록 개봉 당시 평단의 평가는 “형식미에 치중해 메시지가 가볍다”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실제 관람한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볼 만한 영화였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는, 언젠가 한 번 쯤 다시 돌려보고 싶은 영화이다.
내 꿈은 특별한 사람이 되어서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었어요
주인공 월터 미티(벤 스틸러)는 사진 주간지 ‘라이프(LIFE)’의 네거티브 관리자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에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직장 동료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여행 한 번 제대로 떠나보지 못한 채, 그저 머릿속에서만 화려한 상상을 펼친다.
그러던 어느 날, 잡지가 마지막 인쇄호를 앞두고 전설적인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로부터 한 장의 필름을 받는다. 그런데 결정적 표지를 장식할 25번 네거티브 필름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찾기 위해 월터는 어쩔 수 없이 실제 모험에 뛰어든다.
그의 여정은 상상 속 모험과 다르지 않았다. 그린란드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바다로 뛰어들고,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속을 자전거로 달리며, 히말라야 산맥까지 올라가 눈표범을 찾는다. 모든 과정에서 그는 상상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도전을 이어간다.
결국 그는 숀을 만나 잃어버린 네거티브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 안에는 다름 아닌 “월터 자신”이 찍혀 있었다. 즉, 오랜 시간 묵묵히 일해온 그의 성실함과 존재 자체가 잡지의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인생이란 곧 용기를 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에요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강하게 느꼈다. 월터는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는 도망치지 않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비록 두려움과 불확실성에 가득했지만, 그 용기 하나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나는 이 메시지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 속 우리는 종종 두려움 때문에 기회를 놓치거나, 일상이 너무 단조롭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순간,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 또한 영화가 보여주는 숀의 한마디, “세상은 넓고,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라는 대사는 여행뿐 아니라 도전 전반에 대한 은유다.
평단에서는 “풍경엽서 같은 영상미에 의존한다”, “상상 장면이 다소 억지스럽다”라는 비판을 남겼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엽서 같은 화면’이야말로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스펙터클한 장면 속에서 ‘평범한 사람도 특별한 순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관객으로서 나는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느꼈고, 그래서 이 작품은 비평가들의 혹평과는 달리 나에게 좋은 영화로 기억된다.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아
원작 단편소설에서 월터 미티는 현실에서는 무능력하고 소극적인 인물이지만, 머릿속에서는 군인·의사·영웅 등으로 상상하며 자존심을 달랜다. 그러나 영화는 이 설정을 확장하여, 상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로 뛰어드는 남자의 이야기로 재창조했다. 즉, “도피적 상상”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로 초점을 옮긴 것이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무엇보다도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낯설고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영화는 단지 작은 발걸음 하나가 인생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숀이 전한 의미처럼, 진정한 가치는 멀리 있지 않고 바로 곁에 있다. 월터의 성실함이 잡지의 마지막 표지를 장식할 만큼 큰 의미를 지녔듯, 우리의 반복적인 일상과 꾸준한 노력도 결코 헛되지 않는다. 나아가 영화는 단순히 도전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인생을 즐기고 세상을 경험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인생은 성취라는 결과보다, 그것을 향해 나아가며 스스로 성장하고 세상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빛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나는 특히, “반복되는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메시지가 깊이 다가왔다. 우리 사회는 흔히 ‘대단한 성취’만을 인정하지만, 사실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힘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영화는 그 평범함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화려한 영상미 속에 “도전, 성실, 즐김”이라는 세 가지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이다. 평단은 혹평했지만, 관객에게는 큰 울림을 주었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보며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발 더 나아가야겠다는 용기를 얻었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성실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충분히 가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 그리고 오늘의 성실함이 곧 내일의 의미가 된다.”
영화는 두려움에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 자신이 특별한 줄 모르는 특별한 이들에게 내일을 더 열심히 살아갈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