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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2022) "우리에게 아직 영화관이 필요한 이유"

by dreamobservatory 2025. 8. 31.

탑건:매버릭 한국판 포스터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탑건: 매버릭〉(2022)은 1986년작 〈탑건〉의 후속편으로,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세대를 잇는 서사와 인물의 성장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오랫동안 전설로 남아있던 '매버릭'이라는 인물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와 흥미를 유발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깊이 있게 탐색하고, 매버릭의 이야기는 단순한 군사 작전의 성공을 넘어 책임과 전승(傳承)의 의미로 확장된다.

결국 이 영화는 전작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새로운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진다.

Talk to me, Goose

영화는 여전히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는 매버릭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다크스타 실험 비행에서 마하 10을 돌파하며 전설적인 파일럿임을 증명하지만, 여전히 규칙과 명령을 어기며 사고를 치고야 마는 위험천만한 파일럿이다. 시제기를 파손시키고 징계먹을 위기에 처한 매버릭이 향한 곳은 뜻 밖에도 샌 디에이고에 위치한 탑건이다.

이후 매버릭은 탑건 학교로 불려와 젊은 파일럿들을 훈련시키는 임무를 맡게 된다. 여기서 갈등이 발생하는데, 훈련생 중에는 과거 전우 구스의 아들 루스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버릭과 루스터의 관계는 원망과 오해로 얼룩져 있으며, 이는 영화의 핵심 긴장을 형성한다. 훈련 장면들은 단순한 전투기 액션이 아니라, 매버릭이 후배 세대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리더십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과정이 된다.

루스터 역의 마일즈 텔러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하는 듯 하지만 매버릭의 파일럿 인생에 위기가 찾아온다. 훈련 중 사고 발생으로 전투기가 추락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매버릭을 항상 지지하고 지켜주던 아이스맨마저 세상을 떠난다. 모든게 끝났다고 절망하던 그 때 페니의 위로와 조언으로 매버릭은 다시 조정간을 잡아 불가능한 임무가 실현가능함을 증명하고 팀 리더 자리를 맡게된다.

영화의 결말에서는 전쟁 영화의 틀을 넘어 세대 간 갈등과 화해라는 서사가 완성된다. 루스터와 매버릭은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함께 수행하며 서로를 인정하고, 상호 신뢰 속에서 생존한다. 그들이 귀환하는 장면은 단순한 임무 완수가 아닌 세대 간 책임의 승계를 함축한다.

Don’t think. Just Do

처음에 이 영화가 단순한 화려한 액션물에 그칠지, 아니면 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세대 갈등의 봉합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취급받는 것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함을 보여준다.

첫째, 매버릭의 성장이 뚜렷하다. 전작에서 그는 무모한 청년이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후배들을 지켜내야 하는 교관이자 리더로 그려진다. 이는 동일한 인물이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처음의 무모함, 중간의 책임감, 마지막의 승계 구조는 매버릭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작전에 나서는 매버릭 편대

둘째, 액션의 시각적·청각적 완성도는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하다. 전투기 내부에 실제로 배우들을 태워 촬영한 장면들은 관객에게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실제 체험에 가까운 몰입을 선사한다. 다크스타 장면부터 압도적인 쾌감을 주며, 훈련과 교전, 클라이맥스 전투까지 영화는 긴장과 해방을 효과적으로 오가며 전달한다. 전투기 비행 장면을 생생하게 담고자 한 감독과 제작진의 노력과 실제 전투기에 탑승한 배우들의 열연은 스크린을 통해 우리에게 실제 전투기에 탑승한 것 같은 현장감을 선사한다.

셋째, 영화의 감정적 서사가 매우 섬세하다. 루스터와의 갈등은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 매버릭이 자신을 용서하고 과거와 화해하는 과정의 도화선이 된다. 처음의 원망, 중간의 충돌, 마지막의 협력과 화해로 이어지는 구조는 관객이 주인공의 변화를 함께 체험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탑건: 매버릭〉은 화려한 비행 장면 이상의 의미를 담아냈다. 개인의 성장, 세대 간 화해, 책임의 전승이라는 주제를 성공적으로 다룬 블록버스터다.

It’s not the plane, it’s the pilot

영화의 결말까지 이르는 전개 과정에서 매버릭은 파일럿이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 증명한다. 초반 부 케인 제독은 미래에는 파일럿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매버릭은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답한다. 결말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 귀환해 자신을 의심하던 상관에게 인정받는 장면을 통해 무인기가 아무리 발달해도 여전히 파일럿이 필요한 이유를 입증한 셈이다. 또한 이 영화는 기술과 인간존재의 관계를 질문한다. 무인기 개발과 예산 축소가 인간 파일럿의 역할을 위협하지만, 불가능한 상황을 돌파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용기와 직관이다. 이는 첨단 기술 시대에도 인간이 왜 여전히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매버릭역의 톰 크루즈

기술이 발전해 더 이상 유인기가 필요 없어질 것이란 말에 매버릭이 여전히 파일럿이 필요함을 증명했듯이, 영화는 영화관이 필요한 이유를 증명해냈다. 탑건:매버릭은 2020년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연기되었다. OTT를 통한 개봉도 고려되었으나 감독은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개봉해야한다고 고집해 코로나가 안정된 2022년에 개봉했다. 영화관에서 관람한 사람들은 탑건:매버릭은 꼭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영화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심지어 나는 아이맥스와 돌비 시네마를 포함해서 극장에서 5번이나 봤다. 진부하고 획일적인 스토리 라인에 캐스팅에만 공을 들이고 영화의 예술적 가치는 등한시하는 영화 산업 기조에 사람들은 영화관의 존재에 대해 회의감을 느껴왔다. 하지만 탑건:매버릭은 압도적인 영상미와 사운드로 영화관이 아직 필요한 이유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마치 매버릭이 아직 파일럿이 필요한 이유를 증명했듯이.

마지막으로, 〈탑건: 매버릭〉은 전작을 본 관객들에게 향수와 새로운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오프닝부터 전작의 음악과 구도를 변주해 관객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인물들과의 관계로 서사를 확장하며, 전작을 훌륭히 계승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다. 전작 등장인물 구스의 아들인 루스터와의 갈등 봉합을 통해 다음 세대로의 계승과 세대 갈등의 봉합이라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한다.

매버릭이 루스터에게

〈탑건: 매버릭〉은 화려한 액션 블록버스터이자 인물 드라마이며, 세대와 기술, 인간성과 책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처음에 제기된 의문과 갈등은 중간 과정을 통해 탐구되고, 마지막에는 화해와 승계의 메시지로 정리된다.

따라서 이 영화는 단순한 36년 만의 속편이 아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교량 같은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