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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2004) 영화 리뷰 <신화속 영웅들이 격돌하는 장엄한 전쟁>

by dreamobservatory 2025. 12. 17.

영화-트로이-포스터
트로이 포스터

 《트로이》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 전쟁을 바탕으로, 신들의 이야기보다 인간의 선택과 욕망에 집중한 서사시다. 영웅들은 신의 축복을 입은 존재가 아니라, 명예와 분노,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거대한 전쟁의 무대 위에서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라는 두 인물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웅의 의미를 증명하며,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 각자의 신념을 내놓는다.

개봉: 2004
감독: 볼프강 페터젠
장르: 전쟁, 드라마, 서사
출연: 브래드 피트, 에릭 바나, 올랜도 블룸, 다이앤 크루거
평점: 메타크리틱 56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54%

분노로 태어난 영웅, 명예로 완성된 전쟁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친다. 이에 분노한 스파르타 왕이 트로이를 침공하며 전쟁이 발발한다. 불멸의 전사라 칭송받는 아킬레우스를 필두로 한 그리스 연합군이 바다건너 트로이에 상륙한다. 그는 전쟁을 명예의 무대로 여기는 인물이며, 자신의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길 원한다.

 아킬레우스는 전투에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힘은 늘 분노와 함께한다. 아가멤논의 오만한 명령과 무시는 아킬레우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그는 전장에서 물러나기를 선택한다. 이 결정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영웅으로서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처럼 보인다. 싸우지 않겠다는 그의 침묵은 오히려 전쟁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반면 트로이의 성 안에는 전혀 다른 영웅이 있다. 헥토르는 가족과 도시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는 전쟁을 즐기지 않으며, 승리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한다. 아내 안드로마케와 아들 앞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전장의 전사보다 한 명의 가장에 가깝다. 헥토르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면서도, 도시를 떠나지 않는다.

 전쟁은 점점 잔혹해지고,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아킬레우스는 다시 검을 집어든다. 분노에 잠긴 아킬레우스는 전장으로 돌아오고, 두 영웅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온다. 그들의 싸움은 단순한 승부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결국 헥토르는 쓰러지고, 아킬레우스는 승리를 얻지만 마음속에는 공허함이 남는다.

 이후 트로이 목마 계책을 통해 전쟁은 종결을 향해 치닫는다. 성은 불타고, 수많은 이들의 삶은 끝난다. 그러나 영화는 승리의 환호보다, 폐허가 된 도시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침묵에 시선을 둔다. 전쟁은 끝나고 도시는 폐허가 되었으며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헥토르를 비롯한 많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 한가운데서 드러나는 인간의 얼굴

 《트로이》는 화려한 전투 장면과 웅장한 음악으로 관객을 전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칼과 방패의 충돌보다, 그 사이에 놓인 인물들의 감정 때문이다. 전쟁은 인물을 시험하고, 그 시험은 각자의 선택을 통해 드러난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대비되는 영웅상으로 그려진다. 아킬레우스는 개인의 명예를 위해 싸운다. 그는 신화 속 반신반인답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이름이 남기를 원한다. 반대로 헥토르는 이름보다 사람을 택한다. 그의 검은 도시와 가족을 향해 있다. 이 대비는 전쟁이라는 동일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영화-트로이-스틸컷-트로이-목마
트로이 스틸컷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헥토르의 장례를 위해 그의 시신을 돌려달라는 프리아모스 왕의 간청이다. 승리와 분노에 사로잡혀 있던 아킬레우스는 늙은 왕의 무릎 꿇음 앞에서 흔들린다. 이 장면에서 아킬레우스는 비로소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고, 자신 또한 언젠가 세상을 떠나게 될 존재임을 깨닫는다. 전쟁이 아닌 공감이 그를 변화시키는 순간이다.

 《트로이》는 전쟁 영화이면서 동시에 인간 드라마다. 누가 옳았는지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영웅의 칼날은 결국 사람을 지키기보다는 상처를 남기고, 명예는 피 위에 세워진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끝날 때까지 반복해서 말한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남는 이야기

 《트로이》는 전쟁의 승패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얼굴을 기억하게 만든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서로를 쓰러뜨려야 했지만, 동시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인물들이다. 이 영화는 묻는다.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가. 더 많은 적을 쓰러뜨린 사람인가, 아니면 끝까지 지키려 한 사람인가. 전쟁 영화의 스케일과 고전 서사의 깊이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트로이》는 여전히 충분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화려한 액션을 기대해도 좋고, 인간의 선택에 대해 곱씹고 싶어도 좋다. 시간이 흘러도 이 이야기가 반복해서 소환되는 이유는,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인간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잊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