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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리폼드(2017) 영화 리뷰 "절망의 답은 용기"

by dreamobservatory 2026. 1. 2.

영화-퍼스트-리폼드-포스터
퍼스트 리폼드 포스터

 《퍼스트 리폼드》는 신앙과 절망, 그리고 인간이 세계의 붕괴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작품이다. 작은 교회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한 목사의 일상은 환경 파괴와 미래에 대한 공포를 품은 한 젊은 남자를 만나며 균열을 맞는다. 이 영화는 거대한 사건 대신 인물의 얼굴과 침묵을 따라가며,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인간은 무엇을 붙잡을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차갑고 절제된 화면 속에서 고통은 천천히 쌓이고, 그 무게는 관객의 마음까지 파고든다.

개봉: 2017
감독: 폴 슈레이더
장르: 드라마
출연: 에단 호크, 어맨다 사이프리드, 세드릭 디 엔터테이너
평점: 메타크리틱 85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94%

침묵 속에서 마주한 신앙의 균열

 《퍼스트 리폼드》의 배경은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작은 교회다. 관광객을 위해 보존된 이 교회는 더 이상 신앙의 중심이라기보다 과거의 흔적에 가깝다. 이곳을 지키는 목사 톨러는 군종목사 출신으로, 아들의 죽음과 이혼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는 매일 일기를 쓰며 자신의 생각과 고통을 기록하고, 술에 의지해 하루를 버틴다. 외형상 그는 여전히 목사이지만, 마음속에서는 신에 대한 확신이 서서히 닳아가고 있다.

 톨러의 삶에 변화가 생기는 계기는 임신한 신자 메리와 그녀의 남편 마이클을 만나면서다. 환경운동가인 마이클은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해 인류의 미래가 없다고 확신한다. 그는 아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괴로워하며, 자신의 절망을 톨러에게 털어놓는다. 이 상담은 단순한 신앙적 위로로 끝나지 않는다. 마이클의 말은 톨러가 외면해왔던 세계의 현실을 정면으로 들추어낸다.

 마이클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가 남긴 유서와 자료들은 톨러의 손에 남고, 톨러는 그의 절망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번영을 찬양하는 사회, 대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침묵하는 종교기관. 톨러는 자신이 속한 교회와 신앙이 이 문제 앞에서 얼마나 무력했는지 자각한다. 그의 내면에서 신에 대한 기도는 점점 질문으로 바뀌고, 질문은 분노로 변한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톨러의 신체와 정신은 동시에 무너진다. 병은 악화되고, 일기는 더욱 급진적인 언어로 채워진다. 그는 마이클이 남긴 조끼를 바라보며, 자신이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 선택은 개인적 구원을 넘어 세상을 향한 마지막 발언처럼 보인다. 조용히 흘러가던 영화는 이 지점에서 숨을 멈춘 듯한 긴장으로 가득 찬다.

믿음과 절망 사이의 진동

 《퍼스트 리폼드》의 감상포인트는 격렬한 사건보다 인물의 상태에 집중한다는 점에 있다. 영화는 관객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톨러의 고독한 시선을 따라가며, 신앙이 위기의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묻는다. 에단 호크의 연기는 과장 없이 절제되어 있다. 그의 얼굴에는 말보다 많은 감정이 스며 있고, 침묵은 대사만큼이나 강한 울림을 만든다.

 연출 또한 이 영화의 중요한 축이다. 정적인 카메라와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비율은 인물의 움직임을 제한하며 답답한 공기를 조성한다. 이 형식은 톨러가 느끼는 세계의 폐쇄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화려한 음악이나 빠른 편집 대신, 일상의 반복과 고요한 공간이 강조된다. 그 결과 관객은 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그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영화-퍼스트-리폼드-스틸컷-소파에-앉은-남자와-여자
퍼스트 리폼드 스틸컷

 환경 문제와 종교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 역시 인상적이다. 영화는 환경 파괴를 단순한 사회 이슈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것은 신앙의 실패이자 인간의 윤리적 책임으로 확장된다. 자연을 돌보라는 신의 가르침과 현실의 탐욕 사이에서, 톨러는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그의 분노는 개인적 상처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시대 전체를 향한 질문으로 확산된다.

 그럼에도 영화는 끝까지 단정적인 태도를 거부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선택되는 감정은 파괴가 아니라 어떤 형태의 연결이다. 그 장면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 순간 톨러가 다시 인간에게 닿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신앙의 회복이라기보다, 인간을 향한 믿음의 복원에 가깝다.

절망 이후에도 남는 것

 《퍼스트 리폼드》는 불편한 영화다. 위로보다는 질문을, 희망보다는 책임을 먼저 내민다. 그러나 이 불편함은 외면할 수 없는 진실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앞에서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톨러의 고통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 동시대적이기에 더욱 날카롭다.

 이 영화는 조용히 끝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관람이 끝난 뒤에도 장면과 질문이 오래 남아 마음을 두드린다. 신앙 영화이면서도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양심과 선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진지한 영화적 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퍼스트 리폼드》는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삶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충분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