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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영화 리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by dreamobservatory 2026. 1. 1.

영화-플로리다-프로젝트-포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화려한 테마파크의 그림자 아래에서 살아가는 아이와 어른의 여름을 담아낸 작품이다. 디즈니월드 인근의 보라색 모텔을 배경으로, 빈곤과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아이 특유의 생기와 웃음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따라간다. 션 베이커 감독은 과장이나 감정의 강요 없이, 카메라를 낮추어 아이의 시선에서 세계를 바라보며 현실의 결을 조용히 드러낸다.

개봉: 2017
감독: 션 베이커
장르: 드라마
출연: 브루클린 프린스, 윌렘 대포, 브리아 비나이트
평점: 메타크리틱 92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96%

여름이라는 이름의 세계

 영화는 여섯 살 소녀 무니의 하루로 시작된다. 그녀가 사는 곳은 플로리다의 ‘매직 캐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텔이다. 이름만 들으면 동화 같은 공간이지만, 이곳은 하루 단위로 방을 빌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임시 거처다. 무니는 이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친구들과 함께 모텔 주변을 놀이터 삼아 하루를 보낸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버려진 집을 탐험하고, 길 위를 마음껏 뛰어다니는 무니의 모습은 여느 여름방학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무니의 엄마 할리는 스무 살 초반의 젊은 여성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틴다. 때로는 관광객을 상대로 향수를 팔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의지한다. 그녀의 선택들은 늘 불안정하고 즉흥적이지만, 딸을 향한 애정만큼은 분명하다. 영화는 할리를 비난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놓인 조건과 선택의 결과를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이 모텔을 관리하는 사람은 바비다. 그는 무니와 아이들을 다그치면서도, 위험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보호자로 나선다. 바비는 이 세계에서 보기 드문 ‘어른’의 얼굴을 가진 인물이다. 규칙을 지키게 하지만, 그 규칙이 인간을 짓누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아이들과 보호자 사이에서, 그리고 자본과 현실 사이에서 바비는 묵묵히 중간 지점을 지킨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아이들의 놀이는 점점 과감해지고, 어른들의 삶은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향한다. 무니는 여전히 세상이 재미있고, 하루가 짧다. 하지만 관객은 화면 밖에서 다가오는 파국을 예감하게 된다. 아이의 웃음과 어른의 불안이 같은 프레임 안에 놓이며, 이 세계가 가진 균열이 서서히 드러난다.

아이의 시선으로 기록된 현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인상적인 연출방식이다. 션 베이커 감독은 의도적으로 카메라의 높이를 낮춘다. 장면의 중심에는 언제나 무니와 아이들이 있고, 세계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펼쳐진다. 덕분에 모텔의 낡은 벽, 강렬한 색감의 외벽, 햇볕에 반짝이는 아스팔트조차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처럼 보인다. 이 선택은 관객에게 아이의 감각을 그대로 전달한다.

 색채 사용 또한 중요한 연출 요소다. 보라색과 분홍색으로 칠해진 모텔, 형형색색의 상점과 간판들은 현실의 빈곤과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인공적인 색감은 아이의 세계가 가진 과장된 감각을 닮아 있다. 감독은 색을 통해 빈곤을 희석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이 얼마나 현실을 다르게 인식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영화-플로리다-프로젝트-스틸컷-분홍색-모텔과-아이들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편집 역시 리듬을 강요하지 않는다. 사건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정교하게 쌓이기보다, 일상의 파편처럼 흘러간다.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시간, 햇빛 아래에서 노는 오후, 별일 없어 보이는 대화들이 반복된다. 이 느슨한 구조는 삶이 본래 가진 비서사성을 닮아 있으며, 관객은 이야기보다 시간 속에 머무르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연출의 연장선에 있다. 브루클린 프린스가 연기한 무니는 연기라기보다 존재에 가깝다. 정해진 감정선을 따라가기보다, 순간의 반응과 에너지가 화면을 채운다. 이는 아이 배우에게 자유를 허용한 연출 덕분에 가능해진 결과다. 반면 윌렘 대포의 바비는 절제된 움직임과 표정으로, 이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는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의 후반부, 시점의 변화는 연출적으로 매우 결정적인 순간이다. 현실이 아이의 세계를 침범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더 이상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다. 이때 사용된 촬영 방식은 관객에게 이 세계의 끝을 직감하게 만든다. 아이의 시선으로 유지되던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 영화는 감정적 설명 없이도 충분한 여운을 남긴다.

웃음 뒤에 남겨진 질문

 이 영화는 빈곤을 소재로 하지만, 연민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이의 눈으로 본 세계는 여전히 아름답고, 동시에 잔인하다. 션 베이커 감독의 연출은 그 모순을 숨기지 않고 병치시킨다. 그래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보고 나서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로 남는다.

 조용히 흘러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현실의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이 여름은, 관객의 마음속에서 쉽게 끝나지 않는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그 아이의 시선으로 한 번쯤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그렇게 다가오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