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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콕(2008) 영화 리뷰 <미움받는 힘이 책임을 배우기까지>

by dreamobservatory 2025. 12. 16.

핸콕-포스터
핸콕 포스터

 《핸콕》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익숙한 틀을 비틀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지만 동시에 가장 외로운 초능력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을 구하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정의를 실현하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이 영화는 영웅이 되는 일이 힘을 갖는 것보다, 타인의 시선을 감당하는 일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담담히 보여준다. 파괴적인 힘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상처와 성장의 과정이 액션과 유머 사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개봉: 2008
감독: 피터 버그
장르: 액션, 판타지, 드라마
출연: 윌 스미스, 샤를리즈 테론, 제이슨 베이트먼
평점: 메타크리틱 49점 / 로튼토마토 신선도 41%

세상에서 가장 강하지만 가장 미움받는 존재

 로스앤젤레스의 하늘 위를 가로지르며 사건을 해결하는 초능력자 핸콕은 전형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늘 술에 취해 있고, 구조 현장에서는 주변 건물을 무너뜨리며, 시민들의 불만과 야유를 한 몸에 받는다. 범죄자는 제압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기는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경찰과 시민 모두 그를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도시의 골칫거리로 여긴다. 핸콕 역시 이런 시선을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라지는 쪽을 택한다.

 그러나 그의 무신경한 태도는 진짜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는 채로 살아온 핸콕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런 힘을 가졌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들과 가까워질수록 상처받을 가능성도 커진다는 사실을 그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거리를 두고, 비난을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사람들의 야유는 그에게 익숙한 배경음과도 같다.

 이런 핸콕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은 우연히 구해준 홍보 전문가 레이 엠브리다. 레이는 핸콕의 힘이 문제가 아니라,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의 행동이 아닌 가능성에 주목한다. 레이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핸콕은 오랜만에 평범한 식탁과 따뜻한 시선을 경험한다. 그 순간은 짧지만, 핸콕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핸콕-스틸컷-여경을-구하는-남자
핸콕 스틸컷

 레이의 제안으로 핸콕은 감옥에 들어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영웅의 이미지를 만들려 한다. 수감 기간 동안 그는 자신이 없을 때 도시가 얼마나 혼란에 빠지는지를 목격한다. 동시에 사람들은 핸콕의 부재를 통해, 그가 해왔던 일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게 된다. 출소 후, 그는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범죄 현장에 등장한다. 정장을 입고,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며, 최소한의 피해로 사건을 해결한다. 도시의 반응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그런데 레이의 아내 메리와 핸콕 사이에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을 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묘하게 끌린다. 결국 밝혀지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핸콕과 메리는 인간이 아닌 존재이며, 서로 가까이 있을수록 힘을 잃는 운명에 묶여 있다. 사랑과 힘이 공존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핸콕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핸콕은 메리를 지키기 위해 그녀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가장 원하던 존재와 거리를 두는 선택은, 과거의 무책임한 도피와는 전혀 다른 결단이다. 그는 더 이상 외면하지 않는다. 세상을 구하는 일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사이에서, 그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핸콕은 여전히 혼자지만, 더 이상 고립되어 있지 않다. 그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남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영웅이 된다는 것에 대한 다른 질문

 영화의 초반부는 파괴적인 액션과 블랙코미디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핸콕의 등장 장면들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불편함을 남긴다. 이는 의도된 감정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힘이 있으면 영웅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핸콕은 전자에 가까운 존재로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후자의 의미를 배워간다.

 중반부 이후 영화는 액션의 비중을 줄이고, 인물의 내면으로 시선을 옮긴다. 특히 핸콕이 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을 바꾸는 과정은 매우 점진적으로 그려진다. 그는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실수하고, 조롱받고, 다시 넘어지면서도 조금씩 방향을 수정해 나간다. 이 느린 변화는 오히려 현실적이다. 사람의 태도와 가치관이 바뀌는 데에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영화는 서두르지 않고 보여준다.

 메리라는 캐릭터는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이다. 그녀는 핸콕의 과거이자, 동시에 그가 가질 수 없는 미래를 상징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로맨스로만 정의되기 어렵다. 그것은 운명에 대한 저항이며, 동시에 받아들임이다. 메리는 핸콕에게 힘을 잃지 않기 위해 거리를 유지하라고 말하지만, 그 말 속에는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아픔이 담겨 있다. 이 아이러니한 설정은 영화의 감정선을 한층 깊게 만든다.

 결국 《핸콕》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다. 이 영화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던 존재가, 그 시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다. 처음의 핸콕은 사람들을 구하지만, 사람들 속에 살지는 않는다. 마지막의 핸콕은 여전히 혼자 행동하지만, 더 이상 세상과 단절되어 있지 않다. 그는 비난을 견디는 법뿐 아니라, 기대를 감당하는 법도 알게 된다.

 서론에서 영화는 힘의 과잉을 보여주고, 본론에서는 책임의 무게를 다루며, 결론에서는 선택의 의미를 남긴다.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인간적인 성장을 이렇게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흔치 않다. 그래서 《핸콕》은 완벽하지 않음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의 울림은 화려한 결말보다, 조용한 결심에서 비롯된다.

불완전한 영웅이 남긴 여운

 《핸콕》은 영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가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 대한 무관심으로 자신을 보호하던 존재가, 타인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진짜 책임이 시작된다는 사실. 이 영화는 그 깨달음의 순간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남긴다.

 완벽한 슈트를 입지 않아도, 박수를 받지 않아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핸콕》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힘보다 태도, 능력보다 관계를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가볍게 시작해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인간적인 영웅의 얼굴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다시 볼 가치가 있다.